은행원들 과외공부에 빠지다

은행원들 과외공부에 빠지다

입력 2010-04-17 00:00
수정 2010-04-1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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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에는 어슴푸레 어둠이 깔린다. 직장인들이 퇴근을 서두를 이 시간, 국민은행 본점에는 수십 명의 행원들이 속속 들어온다. 지난 13일 문을 연 ‘KB금융아카데미’의 첫 수업이다.

‘호모 쿵푸스(공부하는 인간)’. 요즘 은행원들의 화두다. 날로 복잡해지는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은행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은행원들이 과외공부를 한다.

KB금융아카데미는 이런 트렌드의 산물이다. 3개월간 매주 월·목 오후 7~10시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는 녹록잖은 과정이지만 50명 모집에 343명이 몰려 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41명이 대리급, 9명이 과·차장급이다. 투자금융(IB), 파생상품, 프라이빗 뱅킹(PB), 리스크 관리 등 최근 각광받는 4가지 분야에 대해 배운다.

1교시는 최영한 전 국민은행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이 진행하는 파생상품의 이해. “파생상품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닙니다. 주식과 옵션형 예금이라는 익숙한 상품이 만나면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이라는 새로운 상품이 탄생하죠.” 강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가며 메모하는 모습이 여느 대학원 수업 못지않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다 KB금융아카데미에 응모한 김윤식 본점 리스크관리부 대리는 “업무를 보면서 기본기가 없으면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동료들 사이에서도 퇴근 후 각종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전문성 있는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은행원들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

은행에서도 반길 일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KB아카데미 관련 부서를 따로 만들고 전직 부행장 등 4명을 교수로 영입하는 등 공을 들였다. 교수들은 대학 교수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이들은 전문지식 전달뿐 아니라 커리어 상담, 직장 내 고민까지 들어주는 멘토 역할을 한다. 남경우 KB금융아카데미 부행장은 “리딩뱅크의 핵심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면서 “이수자 중 일정 비율만 차기 과정 이수자격을 주는 서바이벌 방식을 통해 핵심직무전문가를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0-04-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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