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바이오페이 시범 도입
롯데카드 3월 ‘정맥 결제’ 출시정보 유출 등 보안 논란 여전
오랜만에 공원에 나와 조깅을 한 A씨는 목이 말라 물을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계산을 하려는데 A씨는 지갑과 휴대전화를 모두 집에 두고 빈손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는 물을 들고 계산대로 가 지갑 대신 손바닥을 결제 기기에 댔다. 정맥 스캔과 함께 1100원이 결제돼 영수증이 나왔다.
영화에서나 보던 이런 결제 방식이 올 상반기에 현실에서 가능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생체정보만으로 결제까지 가능한 ‘바이오페이’ 거래 방식을 상반기 중에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할 때 카드나 현금 없이도 손바닥 정맥이나 홍채 인증만으로 거래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카드가 제일 먼저 바이오페이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르면 오는 3월 손바닥 정맥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핸드페이’(가칭) 서비스를 시범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모바일기기의 앱카드로 결제할 때 비밀번호 대신 지문이나 홍채로 본인 인증을 하는 시스템은 있지만 생체 인증으로 거래까지 가능해지는 것은 처음이다. 롯데카드는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 롯데 유통 계열사의 일부 가맹점에 핸드페이 전용 단말기를 설치해 경과를 지켜본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카드사들은 자체적으로 지문과 정맥을 비롯해 홍채, 음파 인증 등 다양한 생체 인증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지만 보편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카드사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개별 가맹점들이 생체 인증을 위한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결제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본인 인증 방법으로는 생체인증이 가장 정확하지만 한번 유출되거나 도용되면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초 1억건에 이르는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보보안 시스템이 고도화됐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서비스 개발과 함께 보안 시스템도 국제표준에 맞춰 업그레이드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7-01-0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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