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 통합 증권사 직원들…설 앞두고 ‘섭섭’

‘우리는 하나’ 통합 증권사 직원들…설 앞두고 ‘섭섭’

입력 2017-01-26 09:23
수정 2017-01-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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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설 귀성비 차등지급…미래에셋대우 ‘하향평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증권사들의 직원들은 설을 앞두고 마냥 즐겁지만 않다.

통합 후 첫 명절인 이번 설을 앞두고 두둑한 선물을 받는다는 고마움 대신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나로 통합할 때 ‘화학적 결합’을 외쳤지만 당면한 현실은 그렇지만 않기 때문이다. 당장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

매년 명절을 앞두고 직원 격려 차원에서 회사가 지급해온 귀성비나 선물이 합병 전 소속에 따라 차등 지급됐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을 합친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전 미래에셋이 해온 대로 10만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직원들에게 지급한다.

이는 대우증권 출신에게도 똑같다. 하지만 대우증권 직원들은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통합 이전까지 명절마다 30만원 안팎의 귀성비를 받아왔는데 3분의 1로 줄어든 게 내심 서운하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을 합쳐 이달 초 공식 출범한 KB증권의 직원들도 서운하긴 마찬가지다.

이번 설 귀성비를 합병 전 소속에 따라 다르게 받은 게 발단이 됐다.

옛 현대증권 소속 직원 2천여명은 대리급 이상 책임자가 60만원, 사원들은 5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옛 KB투자증권 출신 직원 500여명은 30만원을 받는다. 최근 명절까지 20만원 상당의 물품을 선물로 받다 이번 설부터 지원 액수가 늘었지만, 직급에 따라 옛 현대증권 소속 직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게 됐다.

이런 차이는 노동조합이 있고 없고와 관련이 있다.

노조가 있던 현대증권은 설 귀성비가 임금 단체협상에 포함된 사항이었다. 합병 후에도 이런 혜택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통합 KB증권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KB투자증권 출신 직원들은 같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노조에 따르면 사측의 이런 처사를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양사가 합병 이후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 결합을 가속하겠다’고 강조해왔는데 설 귀성비와 선물을 두고 출신 회사별로 차이를 두거나 하향 평준화해 오히려 사기를 꺾었다는 것이다.

KB증권 노조 관계자는 “통합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라도 귀성비를 차별 없이 지급해 달라고 사측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런 작은 부분도 배려하지 못하는데 화학적 결합을 어떻게 이루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노조 관계자도 “우리 회사는 설 귀성비가 단체협약에 들어있지 않았지만, 예전 대우증권 직원 입장에서는 혜택이 줄어드는 셈이어서 불만이 많다”며 “직원들이 여러 복지혜택이 합병 이후에 사라지자 심리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 사측은 “통합이 손쉬운 것부터 순차적으로 해결해 가고 있다”며 “설 관련 지원도 최대한 차이를 좁히거나 통일했다”고 밝혔다.

양사 노사는 이 외에도 통합을 둘러싼 여러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노조는 최근 “사측이 신인사제도를 받아들여야 작년 임금인상 분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해당 제도를 도입한 미래에셋증권 직원들의 임금만 인상하고 옛 대우증권 노사 합의로 도입한 직원 지원제도를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등 비상식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를 시정해 달라는 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사측에서는 “노조는 회사와 사전 협의 없이 신인사제도, 임금인상, 단체협약, 합병 위로금을 포함한 패키지 타결을 주장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며 “폐지한 지원제도는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약과 같은 노사 합의사항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KB증권 노사는 옛 현대증권 직원들의 작년 임금과 관련해 ‘동결 및 격려금 400만원 지급’으로 최근 합의했으나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사이에 인사평가제도와 임금 수준의 차이를 어떻게 좁힐지를 두고 입장차가 크다. 각종 복지비 가운데 최근 식비만 겨우 통일한 정도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간의 임금 격차는 약 13% 정도로 알려졌다. 사측은 현대증권 직원의 임금을 6% 삭감하고, KB투자증권의 임금을 7% 높여 비슷한 수준을 맞추려고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현대증권이 업계 5위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임금이 많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KB투자증권 직원들이 정상적인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며 “성과연봉제도 사측 안은 일부 직원의 임금을 깎아서 다른 직원에게 더 주겠다는 차원이어서 득보다는 실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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