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인데 20대 보험료 내라? 장기렌터카 보험의 꼼수

50대인데 20대 보험료 내라? 장기렌터카 보험의 꼼수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7-02-14 20:52
수정 2017-02-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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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렌터카 시장 급성장 속 ‘잇속’만 챙기는 손보사

자영업자인 조모(56)씨는 지난달 TV홈쇼핑을 보고 신차 장기렌터카를 계약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함께 첨부된 보험계약서 속 자신의 나이가 ‘26세 이상’으로 분류돼 있었다. 일반 자동차보험은 나이가 많은 베테랑 운전자일수록 낮은 요율을 적용하는데 ‘20대 중반’으로 분류돼 있으니 보험료가 비싸겠다 싶어 렌터카 회사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모든 보험사가 이 조건이 아니면 보험계약을 안 받아줘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불황 속 장기 렌터카 시장이 급성장 중인 가운데 손해보험사들이 사실상 장기 렌터카 고객의 나이를 줄여 분류하는 방식으로 높은 보험료를 챙기고 있다. 나이가 있고 운전 경력이 아무리 많더라도 20대 중반의 초보 운전자로 분류해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14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장기 렌터카 보험의 나이 기준을 ▲모든 연령 ▲21세 이상 ▲26세 이상 등 총 3등급으로 분류한다. 반면 일반 자동차보험은 전 연령부터 48세 이상까지 8등급으로 세분해 나이가 많을수록(최고 48세까지) 보험료를 깎아 준다. 운전 경력이 그만큼 많으니 운전 미숙 등으로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조건이라면 48세 운전자는 20대 중반 운전자보다 약 20~25% 보험료가 싸다.

하지만 장기 렌터카는 가입자의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20대 중반’으로 일괄 분류하고 사실상 초보 운전자용 요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조씨는 “지난 10년 동안 무사고였고 운전 경력만 30년이 넘는 사람을 초보로 여겨 높은 보험료를 물리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는 렌터카의 높은 사고율을 이유로 든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자가용 사고율은 22.3%인데 반해 렌터카 사고율은 33.9%로 11.6% 포인트나 높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렌터카는 아무래도 빌려 쓰다 보니 차가 익숙지 않고 운전도 험하게 하는 일이 많아 사고율이 높다”면서 “보험료율이 비교적 높게 설정된 것도 이런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중소보험사 관계자는 “사고율을 단기 렌터카와 장기 렌터카로 나눠 보면 장기 사고율은 일반 자가용 운전자들과 엇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라면서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단기 렌터카 요율과 기준을 (장기에도)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최근 국내 장기 렌터카 시장이 점점 커지는 추세인 만큼 소비자들도 이해할 만한 합리적인 보험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7-02-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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