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지역발전은 인재 확보·양성부터/이철희 강원대 IT학부 교수

[지방시대]지역발전은 인재 확보·양성부터/이철희 강원대 IT학부 교수

입력 2010-04-06 00:00
수정 2010-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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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대학 캠퍼스에는 갓 입학한 새내기들의 풋풋함이 봄의 싱그러움과 잘 어우러져 활력이 넘쳐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올해 입시에서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신입생의 지역별 분포에서 강원도와 수도권의 비율이 역전되어 처음으로 수도권 학생들이 더 많이 입학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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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강원대 IT대학 교수
이철희 강원대 IT대학 교수


춘천에 처음 부임했던 20여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강원도 학생들의 경우 내신과 수능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는 학생이 소수이고, 수도권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내신에서는 강원도 학생들보다 처지지만 수능 성적이 좀더 높은 양상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심하게 말해, 지역의 우수 자원은 수도권에 다 내어주고 대신에 수도권 잔류를 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는 중급 자원들이 서서히 학생의 주류로 편입되고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 이런 경향이 심화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기에 우수한 지역 인재 양성과 지역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국가로부터 기본 책무로 부여받은 거점 국립대로서는 내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다른 국립대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학이 더욱 분발하여 이들을 잘 길러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지나친 수도권 집중과 선호로 인해 지역 발전의 핵심 자원인 인재의 확보에 빨간 불이 들어온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단순히 대학에만 국한된 고민거리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지역 사회 전체가 다 함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통하여 일을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며, 따라서 지역 사회의 성장과 발전의 키포인트는 인재 확보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유출된 지역의 우수 인재가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와 활동하는 경우가 그다지 흔치 않고, 수도권 출신 학생들은 아무래도 지역에 대한 애정이 지역 출신 학생들에 비해 적을뿐더러 그 지역에 정착하는 비율이 많이 떨어진다.

우수한 지역 인재의 역외 유출을 최소화하고, 지역에서 길러진 소중한 인재들의 안착을 유도하여 지역 엘리트 계층의 양적·질적 충실을 도모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하다. 지역의 학산관민(學産官民)이 합심하여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찾아내고 꾸준히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공교육 일변도의 단편화된 인적 자원 개발에서 탈피해 사람이 곧 경쟁력이라는 믿음으로, 지역 주민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과 수단을 동원하여 지역 실정과 미래 비전에 부합하는 지역 밀착형 인적 자원 개발 체계와 프로그램을 갖추는 데에도 적극 힘써야 할 것이다.

얼마 있으면 치러질 지방자치 선거에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산업 육성이나 개발과 관련한 거창한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정작 성공의 키를 쥐고 있는 인재 확보와 양성에 관한 비전과 계획을 지역 주민들에게 소신을 가지고 설파하는 입지자들은 눈을 씻고 둘러보아도 찾아볼 수 없음은 참으로 안타깝다. 기본이 부실한 구호는 허황된 메아리요 손에 닿지 않는 신기루일 뿐이지 않겠는가.
2010-04-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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