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軍 경계 실패에 거짓 보고까지… 일벌백계하라

[사설] 軍 경계 실패에 거짓 보고까지… 일벌백계하라

입력 2012-10-11 00:00
수정 2012-10-1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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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동부전선을 넘은 북한 병사 1명이 우리 장병들이 잠을 자던 최전방 소초의 문을 두드리고 귀순 의사를 표명할 때까지 군은 철책이 뚫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소초 밖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접근 사실을 확인하고 신병을 확보했다던 군의 처음 발표가 거짓이었다는 점이다. 합참은 어제 전비태세 검열단 중간조사 결과 해당 부대의 허위 보고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합참의 조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해당 부대가 과연 철책선 경계를 하고는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믿기지 않는 ‘철저한 무방비’에 모골이 송연하다. 북한 병사는 2일 밤 10시 30분쯤 북측 철책과 전기 철조망을 통과해 우리 철책을 넘었으며 경계병이 근무하는 GOP 초소를 지나 불빛을 따라 장병들이 생활하는 소초에 11시 19분쯤 도착했다고 한다. 만에 하나 이 병사가 불순한 의도를 가졌다면 30명이 넘는 우리 장병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 갔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당시 CCTV 확인병이나 GOP 소초 근무자가 정위치하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합참은 얼버무리고 있다. 또 생활관 상단에 설치된 CCTV가 고장이 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추측된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CCTV를 통해 북한군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보고했다. 영상을 확인도 않은 채 결과적으로 거짓 보고를 한 셈이다. 이번에 합참 전비태세 검열단이 투입된 것도 중서부전선과 서부전선에 이어 이번에 동부전선까지 모든 전선에 걸쳐 북한군이 지난 8월 이후 세 차례나 손쉽게 군사분계선을 넘은 데 따른 경계실태 점검 차원이었다. 이쯤 되면 군 스스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지한 총체적 안보 공백 상황이다. 철책선이 뚫린 것도 모자라 허위 보고까지 일삼은 문제 군인들을 먼저 엄벌한 뒤 군 수뇌부의 지휘 책임도 마땅히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2012-10-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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