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 전 대통령 NLL 발언 실체 명백히 규명하길

[사설] 노 전 대통령 NLL 발언 실체 명백히 규명하길

입력 2012-10-11 00:00
수정 2012-10-1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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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이면 협의의 실체를 놓고 대선 정국이 달아올랐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발언과 함께 100조원가량의 대북 지원을 구두로 약속했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당시 비공개 단독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회담에 배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민주당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준비에 착수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NLL(북방한계선)은 6·25 정전 당시 유엔군 측이 그었으나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등에 의해 뒷받침되면서 실질적인 영토선으로 이어져 왔다. 1, 2차 연평해전 등 NLL을 무력화하려는 북측의 숱한 도발을 막아내며 산화한 우리 젊은이들의 얼이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대통령이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NLL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했다면 그 자체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일뿐더러 이후로도 남북 간 분쟁의 소지를 키운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위중한 사안이다. 노 전 대통령은 실제로 남북정상회담 직후 청와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NLL을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도 있다.

노 전 대통령 발언의 진상과 정 의원 발언의 근거가 명명백백히 가려져야 한다고 본다. 정 의원 주장대로 북측이 녹음했다는 정상 간 대화록을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갖고 있다면 즉각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1급 비밀’ 운운하며 덮고 가자는 식의 논리로 버티는 건 국민적 혼란을 키울 뿐이다. 남북 관계의 추가적 왜곡을 막기 위해서라도 투명한 진상공개가 요구된다. 물론 이를 통해 그 어떤 근거도 없이 정 의원 등이 선거에 활용할 목적으로 꺼내든 흑색선전임이 드러난다면 이 또한 대선 정국의 혼란을 부추기고 남북 관계에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점에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2012-10-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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