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열에 일곱 명 ‘학원 뺑뺑이’… 아이가 못 웃는 사회

[사설] 열에 일곱 명 ‘학원 뺑뺑이’… 아이가 못 웃는 사회

입력 2024-06-07 02:47
수정 2024-06-07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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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아동의 70%가량이 영어·수학 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설치된 입시 안내판.  홍윤기 기자
지난해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아동의 70%가량이 영어·수학 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설치된 입시 안내판.
홍윤기 기자
아이들이 아이답게 놀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어제 내놓은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9~17세 아동의 70%가량이 영어·수학 사교육을 받았다. ‘방과후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응답(42.9%)은 절반에 가까웠지만 실제 그런 현실을 누리는 아이(18.6%)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이들의 희망과 현실의 괴리는 5년 전 조사 때보다 더 커졌다. 10명 중 7명이 ‘사교육 뺑뺑이’를 돌고 있는 아이들은 신체활동이 줄어든 만큼 비만율도 2018년 3.4%에서 올해 14.3%로 급증했다. 우울감을 경험했거나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적 있다는 정신건강 고위험군도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폭력 등 범죄 연령도 점점 낮아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폭력 검거자(1만 5438명) 중 초등학생 비율이 11%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전체 범죄소년은 6만 6642명인데 이 가운데 만 14세 미만이어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촉법소년이 1만 9654명이다. 전체 범죄소년은 전년보다 8.9% 늘었는데 촉법소년은 19.6%나 늘어났다. 촉법소년 제도의 취지가 악용되는 것 아닌지 그마저 우려스러울 정도다.

또래집단에서 잘 어울리고 적응할 수 있는 아이야말로 그 자체로 미래 사회의 자산이다. 소아 비만의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니 급증하는 소아 비만은 잠재적 사회비용을 유발하는 사회병리로 볼 수도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4월 초중학교 신체활동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 변경안을 의결했다. 초등학교 1~2학년의 체육 과목을 신설하고 중학교의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늘리는 방안이다. 교육부는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시설 확충, 교사 지원 등을 서둘러야 한다. 촉법소년 연령의 하향 논의와 세밀한 교화책 마련도 시급하다.
2024-06-0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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