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불편한 손님/최용규 논설위원

[길섶에서] 불편한 손님/최용규 논설위원

최용규 기자
입력 2017-01-17 21:04
업데이트 2017-01-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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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에게 밤은 고단한 하루를 멎게 하는 시공이 아니다. 이경을 지나 삼경쯤 되면 몽경에 빠져 허우적대는 또 다른 일상과 만난다. 자기가 무슨 석가모니나 된 양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가부좌 틀고 연신 고개를 처박다 맥없이 쓰러진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괸 채 칼잠 자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위태위태하다. 애 낳기 전 잠귀 어두운 A의 짝꿍은 이 낯설고 괴이한 모습을 발견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20대 후반쯤인지, 서른 들어서인지 생긴 A의 선잠은 그렇게 30년 넘게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불편한 손님’이었다. 그렇다고 신경정신과 문 한번 두드린 일 없고, 약 한 봉지 입에 털어 넣은 적이 없는 A의 무모함이란…. 밤마다 슬그머니 찾아온 손님과 어울리다 보면 몇 번이고 깨곤 한다.

들킬까 봐 조심조심 누워 눈 감으면 어느새 다른 손님이 A 곁에 바짝 붙어 있다. 무쇠라도 버티지 못했을 노동에 팔 근육이 엉망이 된 A의 짝꿍. 새벽마다 비명에 가까운 신음에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는 A의 선잠은 꽤 쓸 만한 물리치료사 옷을 걸쳤다. 다르지만 A나 A의 짝꿍에게 고통이었을 그 ‘불편한 손님’이 서로 선물이 될 줄 꿈엔들 알았으랴.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2017-01-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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