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낮은 아일랜드로 매출 이전 기재해 英납세액 줄여
페이스북이 지난해 영국 내에서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법인세는 단 4억원 가량만 낸 것으로 드러나 조세회피 논란이 일고 있다.1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해 영국 내에서 1억7천500만파운드(약 3천123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법인세는 단 23만8천파운드(약 4억2천만원)만 납부했다.
전문가 추정치와 달리 실제 수익은 2천40만파운드(약 364억원)라고 보고해 법인세 납부액을 줄인 결과다.
매출액의 대부분은 영국보다 법인세율이 훨씬 낮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국제본부로 이전 기재해 수백만 파운드의 세금을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법인 직원들에게 지급한 연봉도 축소 기재했다.
기업정보사이트 컴퍼니 하우스 자료를 보면 지난해 영국 법인 직원 90명에게 지급한 실제 연봉은 평균 27만5천파운드(약 4억9천만원)지만 재무부에는 19만5천890파운드로 보고했다.
세무전문기관 ‘세금연구(Tax Research)’의 리처드 머피는 “영국이 이용당했다”며 “영국은 얻은 것도 없이 세금만 우대해준 꼴이 됐고 아일랜드가 혜택은 다 가져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페이스북이 영국 내 매출의 11%만 실제 보고하고 나머지는 더블린으로 이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하고, 페이스북은 지난해 영국 직원들에게 1천540만파운드의 스톡 옵션을 지급해 세금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익이 2천40만파운드 밖에 안 되는데 스톡 옵션을 1천540만파운드나 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번에 지급된 스톡 옵션은 분명히 더블린 본부에 기록된 매출을 바탕으로 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일랜드나 법인세율이 낮은 유럽 내 다른 지역 본부로 수익을 이전해 영국 내 납세액을 줄여온 온라인 기업은 페이스북뿐만이 아니다.
애플과 아마존, 구글, 이베이 등도 페이스북과 비슷한 방법을 이용해 6억5천만파운드에 달하는 세금을 절감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은 지난해 영국 내 수익이 3억9천500만파운드라고 보고해 600만파운드의 법인세만 냈지만 실제 수익은 25억3천만파운드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 온라인 기업의 ‘절세 전략’이 불법은 아니지만 ‘솔직하지 못하고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원 재무위원회 소속 존 맨 의원은 “이들은 영국 인터넷 기반시설의 혜택은 톡톡히 보면서 이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는다”며 “마치 세금도 내지 않고 차를 모는 것과 같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납세자연맹의 매튜 싱클레어는 “지나치게 많은 기업이 납세 시스템의 구멍을 이용해 세금을 줄이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세금을 내고 있다는 확신을 주려면 조세제도를 긴급히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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