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조약문서’ 공개 판결…판도라 상자 열리나

‘한일조약문서’ 공개 판결…판도라 상자 열리나

입력 2012-10-11 00:00
수정 2012-10-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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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북한·청구권협정 관련 문서 공개 여부 주목

일본은 한국 정부가 2005년 8월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관련된 한국측 문서를 전면 공개한 뒤에도 자국의 문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요시자와 후미토시(吉澤文壽) 니가타 국제정보대학 준교수를 중심으로 한 일본 교수, 변호사 등이 그해 말 ‘한일회담 문서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모임’을 결성하게 된 배경이었다.

이들은 “한국은 전면 공개했으니 일본도 전면 공개하라”고 일본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일조약과 관련된 일본측 문서는 모두 6만 쪽. 일본 정부는 이같은 압력에 밀려 일본측 문서를 공개했지만 25%는 아예 공개하지 않거나 주요 부분에 먹칠을 한 뒤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 비공개 사유로 “향후 대(對) 북한 교섭에서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거나 “한국과의 신뢰관계를 해칠 우려가 있다”, “독도와 관련된 교섭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앞으로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이나 한국과의 독도 교섭이 남아 있는 만큼 내부 논의를 공개하기 싫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일본 정부는 이들 25%의 문서를 2006년 8월과 2007년 11월, 2008년 4∼5월 3차례로 나눠 비공개 처분했다.

이에 따라 일본 교수·변호사가 중심이 된 시민단체와 한국측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도 3차례에 걸쳐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1차 소송은 원고 승소, 2차 소송은 원고 패소로 나타났다.

1차 소송의 경우 일본 정부가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다가 도중에 소 취하 결정을 내리면서 일부 문서의 공개로 이어졌다.

이때 공개된 서류에는 일본 외무성이 1965년에 작성한 ‘한일청구권 협정 체결 후에도 개인청구권은 유효하다. 청구권협정과 개인청구권은 무관하다’는 내용의 내부 문서도 포함돼 있었다.

즉 일본이 청구권협정에는 ‘개인의 청구권 문제 등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적어놓았지만 내부 문서에는 ‘청구권 협정의 의미는 국가의 외교보호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 국민의 재산(개인청구권)으로 국가의 채무를 충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한 사실이 이 때 드러났다.

한국측을 상대로는 개인청구권 소멸을 주장하면서도 자국민을 상대로는 “개인청구권을 제멋대로 소멸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았던 일본 정부의 속내가 드러난 셈이다.

3차 소송 결과로 어떤 문서가 공개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3차 소송이 1, 2차 소송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으로 분량이 많다는 점에서 북한과 독도 문제 등에 관해 파괴력을 지닌 사실이 밝혀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원고측 관계자는 “일본은 6만쪽 중 25%를 비공개하거나 일부를 먹칠한 뒤 공개했다”며 “이 가운데 1차 소송 대상이 1%, 2차 소송 대상이 1%라면 나머지 23%가 3차 소송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비공개 사유로 볼 때 3차 소송 대상에는 청구권협정, 독도, 북한 등과 관련된 문서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1차 소송 결과 ‘청구권협정과 개인청구권은 무관하다’는 외무성 내부 문서가 공개된 것처럼 3차 소송에서도 독도, 북한 등과 관련된 일본 정부의 내부 문서가 공개될 경우 양국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독도 관련 문서는 한일 관계에서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당시 한국이나 일본의 제안 중 어느 한쪽에 크게 불리한 내용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원고 중 한명인 최봉태 변호사는 “앞으로 일본이 한일조약 이후에 국제사법재판소 얘기를 수십년 간 꺼내지 못한 이유가 공개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일본 외무성은 1심 판결을 받아들여 곧바로 해당 문서를 공개할 수도 있고, 2주로 정해진 시한 내에 항소할 수도 있다.

일본측이 항소할 경우에는 상당한 시일이 흐른 뒤에나 이미 전면 공개된 한국측 문서와 일본측 비공개 문서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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