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공개 휴대 주장도 서서히 부상…혼란의 총기 정책
사망자 14명, 부상자 21명을 낳은 샌버나디노 총기 참사가 벌어진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내 50개 주(州) 중에서 가장 강력한 총기 규제 정책을 펴는 곳이다.이런 곳에서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계 가능성이 있는 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미국의 총기 정책은 더 큰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의 수사를 주도하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4일(현지시간) 이번 참사를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사살된 용의자들이 IS와 관련됐다는 여러 정황 증거가 쏟아짐에 따라 테러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를 휴대하자는 목소리도 분출하는 분위기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총기 규제 정책에 찬성하는 비영리단체인 ‘총기폭력예방법센터’가 해마다 발표하는 미국 50개 주 총기 정책 순위에서 캘리포니아 주는 2014년 평점 ‘A-’를 받아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캘리포니아와 같은 점수를 받은 주는 6개에 불과하고, 텍사스 등 26개 주는 낙제점인 F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총기를 소유하려면, 총을 어디에서 샀든 지에 상관없이 당국의 광범위한 신원 조회를 통과해야 한다.
총기 구매 후 이를 손에 쥐기까지 최소 열흘은 기다려야 한다. 구매 후 FBI의 신원 조회 기간인 사흘만 지나면 총을 보유할 수 있는 여타 주보다는 신원 조회 기간이 길다.
또 격발과 동시에 총기의 일련번호가 탄피에 새겨지도록 하는 총기에 ‘마이크로스탬핑’도 의무적으로 하고 안전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대량 살상 총기는 살 수도 팔 수도 없으며, 허가받은 총기상에서 총기를 구매하지 않고선 사적 거래 또는 온라인 거래로 총기를 살 수도 없다.
비교적 강력한 총기 정책에도 샌버나디노 난사 사건 용의자들은 합법적으로 살상 무기를 구매해 범행에 사용했다.
총기 규제론자들은 전과자와 정신병력 이력자 등에 대한 당국의 신원 조회 강화와 총기 정책 강화만이 총기 사고 비율을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자동·반자동 살상용 소총과 펌프식 산탄총을 거의 예외 없이 금지하고, 총기 소유 면허 강화, 총기류 등록제 신설 등을 통해 대형 총기 참사를 줄인 호주의 모델을 배우자는 주장도 이에 근거한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사실 검증’팀은 강력한 총기 정책이 관련 사고에서 사망자를 줄일 수는 있으나, 총기 사건 비율을 낮출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어서 주관적으로 해석될 공산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총기 찬성론자들은 도리어 총기를 많이 보유함으로써 긴장감을 유발해 대형 참사를 줄일 수 있다고 맞선다.
이런 견해는 경찰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가고 있다.
경찰 노조 격인 미국경찰공제회는 프랑스 파리 테러 직후인 지난달 20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미국프로풋볼(NFL)을 주관하는 NFL 사무국에 서한을 보내 다중 시설에 모인 국민을 테러 위협에서 보호하고자 “각 경기장에서 휴무 또는 은퇴 경찰이 총기를 휴대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NBC 방송에 따르면, 뉴욕 주 얼스터 카운티의 선출직 보안관인 폴 밴 블라컴도 샌버나디노 참사가 터진 뒤 총기 허가증을 소유한 1만 명의 지역민에게 테러 위협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총기를 늘 휴대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부정 여론보다 자신의 뜻에 동조하는 찬성 여론이 더 많았다던 블라컴은 전·현직 경찰에게도 언제든 집을 떠날 때엔 총기를 휴대하라고 촉구했다.
총기 규제 찬반 여론이 내년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테러 변수마저 겹치면서 총기규제론은 한 치 앞을 볼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총기 소지 사실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총기 휴대 법안인 ‘오픈 캐리’를 시행 중인 주는 44개 주에 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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