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폭탄조끼 잘 어울려?” IS 풍자 BBC 코미디 논란

“자살폭탄조끼 잘 어울려?” IS 풍자 BBC 코미디 논란

입력 2017-01-06 10:12
수정 2017-01-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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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고통 가벼운 오락거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에 들어간 영국인 여성이 IS 조직원들에게 어떻게 좋은 인상을 줄 지 고민하며 이렇게 말한다.

“(납치한 사람들을) 참수할 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는데 뭘 입어야할지 모르겠어”

다른 여성은 IS 조직원인 남자친구가 준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동료에게 자랑하며 “이거 어때?”라고 묻기도 한다.

극단주의 세력 IS에 가담한 여성들을 조롱하고 희화화한 영국 공영방송의 코미디 코너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BBC에 따르면 BBC 2의 풍자 쇼 ‘리볼팅(Revolting)’은 최근 ‘ISIS의 진짜 주부들’이라는 코너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라는 뜻의 ISIS는 IS의 다른 이름 중 하나다.

이 코너는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세계 최악의 테러집단을 흉내내며 조롱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불붙었다.

런던에 사는 ‘메라즈’라는 네티즌은 트위터에 “실제로 IS의 주부들은 매일 성폭력과 학대를 당하고 있는데 BBC는 ‘IS의 진짜 주부들’이라는 풍자 쇼를 만들었다”고 적었다.

한 시청자는 BBC 2 채널 페이스북에 “인간의 고통을 가벼운 오락거리로 전락시켰다”는 댓글을 달았다.

여성을 성적 도구로 삼고 고문을 일삼는 잔악한 집단에서 억지웃음을 끄집어내고 있다는 지적과, 건전한 취향을 넘어서 이슬람 혐오증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 등 이 코너에 대한 비판은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다.

반면에, 이런 풍자는 문제 될 게 없고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무슬림이라고 밝힌 이르판 만수르라는 네티즌은 BBC 페이스북에 “어떤 대상을 조롱하는 것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IS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하는데 그렇게 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성역 없는 신랄한 풍자 등 표현의 자유가 극단주의에 대항하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런던 킹스칼리지 국제극단주의연구소의 시라즈 메이허 부소장은 NYT와 인터뷰에서 “KKK(미국의 백인우월주의 집단)나 나치를 조롱할 수 있는데 왜 IS는 안되는가”라고 반문하고 “IS는 국가로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이 코미디 쇼는 이를 부정해 버린다”고 말했다.

BBC의 케이트 토프트 대변인도 “(해당 쇼는) 풍자로, BBC는 다채로운 풍자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코미디언이자 TV 제작자인 졸리온 루빈스타인과 헤이든 프라우즈가 제작하는 ‘리볼팅’은 정치인, 기업인, 종교인 등의 위선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유명하다.

프라우즈는 한 신문과 인터뷰에서 “종교적 극단주의는 풍자의 정당한 대상”이라며 “(풍자할 때는) 두려움을 버려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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