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 능력 차이 확인…여성호르몬이 인식통제능력 높여
“여성은 ‘정상적’으로 걸어가면서 복잡한 사고를 하는 게 가능하지만 남성은 어렵다. 남성은 걸을 때 복잡한 사고를 하면 오른 팔이 흔들리지 않는다.”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이른바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 여성에겐 자연스럽지만 남성에겐 버겁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이를 뇌 구조 차이나 자녀 양육 본능의 체화, 문화적 습득의 결과 등으로 설명하는 이론들이 있다.
25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에 따르면, 이런 남녀 차이를 재확인하고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해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발그리스트의대 척추부상센터 팀 킬렌 박사팀은 18~80세 건강한 남녀 83명을 대상으로 이른바 ‘스트룹(Stroop) 효과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는 미국 심리학자 존 리들리 스트룹이 1935년 고안해 발표한 것이다. 단어의 의미와 색깔이 같을 때에 비해 단어의 뜻과 색이 다르면 그 색 이름을 제대로 말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도화지에 녹색으로 ‘빨간색’이라고 쓴 것을 보여주고 글자가 가리키는 것이 아닌 글자 자체의 색(정답은 녹색)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빨간색으로 ‘빨간색’이라고 썼을 때에 비해 정답을 맞추기 어렵고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러닝머신 위에서 걸어가면서 이 스트룹 과제들을 수행토록 했다. 그 결과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성적이 훨씬 좋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뇌의 인지통제 능력을 높이고, 부적절한 반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덕”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과제를 수행할 때 여성과 남성의 동작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대체로 여성들은 두 팔을 모두 흔들며 걸었지만 남성들은 오른팔이 흔들리지 않고 정지했다.
연구팀은 이런 불일치 상황을 뇌가 인지해 처리하는 데 우뇌보다 좌뇌가 더 많이 사용되기 때문으로 봤다. 통상 좌뇌는 신체 오른쪽, 우뇌는 왼쪽을 관장하는데 남성이 불일치상황 해결에 더 어려움을 겪어 오른팔이 정지한다는 것이다.
킬렌 박사팀이 비디오를 분석한 결과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크렘린 지도자들은 걸을 때 오른쪽 팔을 거의 흔들지 않았다.
언제든 총을 뽑아 쏠 수 있도록 훈련받아서일까? 그러나 민간인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남성 지도자들도 대체로 비슷했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같은 여성지도자들의 경우 두 팔 모두 흔들며 걸었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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