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임기 4년인데…어디까지 비위 맞춰야 하나

트럼프 임기 4년인데…어디까지 비위 맞춰야 하나

입력 2017-01-26 11:15
수정 2017-01-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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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5-10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는데”…일 업계 미국투자 고민

일본 자동차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강압에 가까울 정도로 제조업의 미국 생산을 압박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어느 정도까지 부응해야 할지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는 24일 미국 인디애나 주(州) 프린스턴 공장에 6억 달러(약 7천억 원)를 추가로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인디애나 공장 확대는 현지화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멕시코에 공장을 지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을 수용한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수출을 늘리고 있는 닛산(日産)자동차와 혼다도 자사 이름이 거론될까 봐 좌불안석이다. 최대 메이커인 도요타가 압력에 굴복한 데서 보듯 이름이 거론되면 노골적인 압박을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압박에 순순히 굴복해 미국에 자동차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할 경우 투자효율이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6일 일본 자동차 업계가 선뜻 미국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먼저 미국 자동차 시장이 곧 성숙단계에 이를 것으로 보여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 당장 필요한 수요증가분을 일본에서의 수출로 메우면서 중남미 등 앞으로의 수요확대에는 멕시코 공장의 증산을 통해 대처하는 기본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 멕시코는 인건비가 미국의 6분의 1인 데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멕시코 현지에 효율 좋은 부품공급망이 거의 완비되고 있는 시점에서 트럼프 정부가 NAFTA 수정정책을 밀어붙이면 기본 전략을 다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카를로스 곤 닛산 사장이 20일 “미국에서 사업하는 모든 자동차 회사는 생산확대를 결정할 때 미국을 맨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게 미국으로의 생산복귀만이냐는 점이다.

트럼프와 만난 마크 필드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대통령에게 강한 달러정책의 시정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제 차는 “들어오지 말라”는 말과 같다. 트럼프 대통령도 “(일본은) 일본시장에서 미국 차가 팔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차는 미국에서 팔리는데 미국 차는 일본에서 팔리지 않는다는 불만에 의견이 일치한 것으로 보인다.

포드는 소형차를 선호하는 일본시장에서 팔리지 않자 철수한 상태다. 그런데도 미국 차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45%(2015년)로 15년 전에 비해 20% 포인트 하락했다.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일찍이 “일본의 제조업을 지키기 위해 국내생산 300만대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디서 뭘 생산할지의 경영전략에까지 손을 대면서 미국 생산에 나선다 쳐도 그것만으로 끝날지조차 알 수 없는 형편인 셈이다.

앞서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도요타자동차의 입장에서 인디애나 공장에 대한 추가투자는 즉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규모이고 그럴 작정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6억 달러라는 투자액은 자동차 업계에서는 결코 큰 투자라고 할 수 없다. 신규고용 창출도 400개 정도다. 엉거주춤한 규모인 셈이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의 한 간부는 “자동차업의 설비투자는 5년, 10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면서 “4년 임기 대통령의 비위를 어느 정도까지 맞춰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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