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녀가 28년 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함께 다녔던 앵거스 테일러(53) 호주 에너지부 장관과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BBC가 5일 소개했다. 2013년 보수당 의원에 당선된 테일러는 등원 연설을 하면서 제3세대 페미니즘의 출발을 알린 울프를 언급했다. 이 대학의 외국인 장학제도인 로즈 장학생이었던 자신이 “처음 정치적 올바른(political corretness) 운동과 대면한 것은 옥스퍼드 학생 때였다. 1991년 젊은 울프가 복도 저끝에 살고 있었다. 대다수 미국 학생들이 몇몇 유학생들이 상처 받을 수 있겠다며 크리스마스 트리를 거실에서 없애려 한 반면, (전통적인 서구 가치관을 존중하는) 일부 학생들은 다시 거실에 가져다 놓으려고 열심이었다. 그런데 결국 우리가 이겼다”고 발언했다.
자신은 트리를 지키는 쪽, 울프는 트리를 옮기는 쪽이었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무려 6년 전 발언인데 울프는 지난 2일 트위터에 테일러 장관의 발언을 전한 글이 올라오자 이제야 알았다며 자신은 1991년 옥스퍼드에 있지도 않았으며 미국 뉴욕에서 위의 책을 홍보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올프는 트위터에다 테일러가 “반유대주의란 호각으로 사냥개 다루듯이” 한다며 학생 시절 적수들을 묘사하며 “신랄한 엘리트주의 목소리”를 낸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테일러가 나같은 유대인들을 1991년 옥스퍼드에서 성탄에 반대 목소리를 낸 전사의 이미지로 덧칠하고 있다고 열을 올렸다.
그녀는 먼저 테일러에게 정정을 요청했으나 묵살 당했다며 호주 의회 공식 기록처인 한사드에 정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테일러 장관은 5일 의회 발언 도중 “이런 터무니없고 노골적인 공격”을 가한 데 대해 울프가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반유대주의란 비난은 잘못 됐으며 나와 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긴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옥스퍼드 시절 작가를 만났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테일러 장관은 정치인이라고만 언급했을 뿐이며 등원 연설에서 트리를 옮기려고 했던 학생 가운데 하나로 울프를 지칭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울프는 에너지부 장관 사무실과 20분 동안 나눈 전화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직원에게 울프는 공식적으로 정정할 것을 요구하자 직원은 장관이 “당신이 옥스퍼드에 있었다고 기억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가 (갈고리 모양으로 손가락을 구부리는 제스처인) quote unquote 성탄절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고 추정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울프는 자신이 옥스퍼드에 있었느냐는 “당신네들이 내가 있었던 곳을 꾸며낼 수 없기에 의견의 영역에 있을 수 없다”고 대꾸한 뒤 “내가 마치 성탄절을 놓고 전쟁이라도 벌인 것처럼 의회에 까발렸다. 명확히 암시를 준 것이었다. 그랬는데 아직도 바로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직원이 그녀의 불만을 장관에게 전하겠다고 말하며 통화는 마무리됐다.
테일러 장관은 연초에도 자화자찬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조롱거리가 됐다. 또 장관 권한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검찰의 수사를 받을 처지다. 원자력 발전소를 다시 짓겠다고 뒤집은 것도 논란을 낳고 있다. 울프 역시 곤경에 빠져 있다. 미국 출판사가 지난 10월 출간한 가장 최근의 저작에 정확성 문제가 제기되자 마케팅을 중단한 것이다.
온라인 여론은 테일러의 동기에 당혹스러운 구석이 있다는 쪽에 기울어져 있다. 야당 의원들도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스콧 모리슨 총리는 테일러 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