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 잔] ‘낮은 한의학’ 출간 이상곤 박사

[저자와 차 한 잔] ‘낮은 한의학’ 출간 이상곤 박사

입력 2011-07-30 00:00
수정 2011-07-3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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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적 오만 벗고 환자 눈높이 맞춰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 배가 아파 보채던 아기가 엄마 등에 엎히면 이내 곤히 잠이 드는 원리는? 정월 대보름에 마시는 귀밝이술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시험 볼 때는 왜 엿을 먹으라고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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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이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깨려면 세상과 먼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상곤 한의사.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한의학이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깨려면 세상과 먼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상곤 한의사.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개업 한의사인 이상곤(47) 박사가 쓴 ‘낮은 한의학’(사이언스북스 펴냄)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한번쯤 품어 봤을 이런 의문점들에 대해 한의학의 핵심 논리를 근거로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다. 책은 시공을 뛰어넘어 허준의 명저 ‘동의보감’이 탄생한 배경을 찾아 조선시대 재야 철학자들의 서재 속으로 찾아가기도 하고, 조선시대 왕들과 대신들을 치료하는 역사적 임상 현장으로도 안내한다. 25년간 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임상 경험과 내공이 느껴지는 동양적 사유의 경계를 넘나들고 한의학적 진단과 처방을 현대인의 논리로 해석하기도 한다. 익숙한 주제에 대해 전문가적 해석을 내놓는가 하면, 극히 전문적인 문제를 단순한 논리로 풀어낸다. 한의학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다.

기습 폭우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고 뒤숭숭했던 지난 27일 그가 원장으로 있는 서울 서초동의 갑산한의원에서 저자를 만났다.

“한의학은 고리타분한 학문이라거나 보약 달이기, 혹은 관념과 미신에 빠진 민간 요법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된 몸의 지혜를 계승·발전시킨 진정한 의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이 필요합니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소통, 의사와 환자의 소통을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낮은 한의학’이라고 했다. 저마다 자신의 우월성이나 권위를 드러내고 싶어서 안달하는 요즘 세상에 굳이 자신을 낮추려는 이유는 뭘까.

그는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서로 우월하다고 고집부릴 것이 아니라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결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와의 관계에서도 전문가적 오만을 버려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이 박사는 “서양과학의 기준에서 본다면 한의학의 접근 방법이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의학은 합리적인 근거가 분명한 학문”이라며 “한의학의 과학적 합리성을 현대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이해시키는 방법을 찾다 보니 자연히 눈을 대중의 높이에 맞추게 됐다.”고 말했다.

한의학의 출발은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전통에서 기인한 음양오행이다. 하늘과 땅이 어떻게 생명을 낳고 그것을 기르며 다시 자연의 품으로 안고 순환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한 논리적 도구가 바로 음양오행이다. 인간의 본질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개념과 논리는 수천년 동안 철학자, 과학자, 기술자들을 거치며 고도로 발달해 왔고 여기에 임상 경험이 보태진 것이 우리의 한의학이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면서 그 논리와 체계에 대한 이해는 사라지고 효능과 결과에 대한 겉핥기식 얄팍한 이해만 남았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많은 지식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의학의 기본 개념과 논리 체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는 “‘낮은 한의학’이 지난 수천년간 계승발전돼 온 한의학의 지혜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대구한의대) 시절 학보사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다는 이 박사는 국내 한의학계에서는 이명과 비염 치료의 권위자로 이름 높다. 저서로는 ‘코, 음기로 다스려라’, ‘코박사의 코 이야기’ 등이 있다.

함혜리 문화에디터 lotus@seoul.co.kr

2011-07-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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