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문인의 재치 있는 글·그림 서울역사박물관 책으로 만들어
“연애는 결혼의 전제가 아니요, 결혼은 연애의 결과가 아니다. 결혼하기 위하야 연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그이를 일생 두고 연애하기 위하야 결혼하는 것이다. 저는 이러케 생각합니다. 신랑께서는?”1934년 10월 27일 열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박태원 결혼식 방명록. 왼쪽부터 시인 이상과 정지용, 화가 이승만의 축하 메시지.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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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근대작가 박태원의 결혼식에서 소설가 안회남이 방명록에 적은 축하 메시지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안 작가를 비롯해 이상, 정지용, 이태준 등 30명의 글과 그림이 담긴 소장유물집 ‘구보 결혼-구보 박태원 결혼식 방명록’을 간행했다고 5일 밝혔다.
박태원은 1934년 10월 24일 경성에서 한약국을 경영하던 경주 김씨 김하중과 이연사의 무남독녀 김정애와 결혼했다. 식은 3일 뒤인 10월 27일 열렸는데 ‘구인회’ 동인이었던 이상, 김기림, 이태준, 정지용, 윤희순, 이승만 등 당대를 대표하는 시인·소설가가 대거 참석했다. 방명록은 겉표지에 ‘스케치북’이라고 쓰인 양장본 형태로 안에는 글은 물론 그림까지 그려져 있다.
시인 이상은 방명록에 ‘면회 거절 반대’라고 적었다. 박태원이 결혼 이후 외출을 줄여 만나기 어려워질까 봐 저어한 메시지다. 구보 전문가인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방명록은 우리 문단사의 한 측면을 보여 주는 동시에 희귀한 풍속사 자료”라고 평가했다. 책에는 권 교수 논고 ‘구보 박태원의 소설 세계’, ‘구보 박태원의 생애와 연보’가 함께 실린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7-01-0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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