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소파에 누워 발로 아빠의 볼을 지그시 누른다. 그래도 아빠는 즐겁다. 그림을 함께 그리고, 놀이터에서 스프링 말을 함께 타고, 일요일이면 함께 널브러져 있다. 아빠는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어 주는 사람이고, 연기력이 좋아 인형놀이 상대로 최고다. 번쩍 들어 목말도 태워 준다. 무엇보다 조막만 한 손을 두터운 손으로 감싸 쥐고 걸어가는 든든한 존재다.
그림책 작가 이석구가 짧은 그림 이야기 90여편을 묶어 냈다. 딸이 태어난 순간부터 세면대 위로 얼굴이 보이기 시작할 때,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하는 엄마 아빠의 질문을 살짝 귀찮아하는 나이까지. 딸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순간을 그려 낸 그림들을 넘기다 보면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1-05-2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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