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고양이의 학습법

새와 고양이의 학습법

입력 2012-04-08 00:00
수정 2012-04-0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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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다 보면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참 많다. 겨울이 끝날 무렵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알을 낳을 장소를 찾는 새들은 용케도 안전한 장소를 골라낸다. 우리 집에는 적이 침입할 수 없고 비가 새지 않는 곳이 있다. 옥상에서 내려오는 물받이 두 개 중에서 실제로 물이 흐르는 것은 하나뿐인데, 새들은 용케도 멋으로 붙여놓은 물받이에만 알을 낳는다. 그 물받이는 뒤가 막혀 있어 입구만 지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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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 부화하면 부모 새들은 아기 새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먹이를 물어다 먹이지만 일단 어느 정도 크고 나면 절대로 먹이를 입에 넣어주지 않는다. 둥지 바깥, 아기 새가 날아올 수 있는 거리의 나뭇가지에 앉아 새끼가 직접 날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아기 새들은 생애 처음으로 날아야 하는 순간을 정말 두려워한다. 먹이는 먹고 싶지만 나는 것이 두려워 시끄럽게 소리만 내며 둥지에 있으려고 한다. 하지만 부모 새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조용히 기다린다. 마침내 성질이 급하거나 유독 배가 고픈 아기 새가 먼저 푸드득푸드득 날개짓을 하며 먹이를 먹고 돌아오면, 이를 본 다른 아기 새들도 하나씩 따라서 날기 시작한다. 그리고 부모 새들은 점점 먼 나뭇가지로 옮겨 앉다가 마침내 새끼들을 모두 둥지에서 떠나 보낸다.

고양이는 쿨하다

얼마 전 동네 친구네 집 마당에서 야생 고양이 한 마리가 아기 고양이에게 쥐 잡는 방법을 가르쳤다. 처음 쥐를 잡은 것이 엄마였는지 아기였는지, 아니면 둘이 함께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아기 고양이는 10분이 넘게 ‘살아 있는 쥐 다루기’를 익히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의 교육법이 최신식이었다. 자기 탐구 학습법, 또는 놀이 중심 학습법이었다. 어미 고양이는 마당 가장자리에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고, 아기 고양이는 넓은 마당 한가운데서 살아 있는 쥐를 이리저리 돌리거나 꼬리를 들어올렸다가 떨어뜨렸다. 때로는 쥐를 굴리기도 하면서 아기 고양이는 바쁘게 움직였다. 쥐도 살기 위해 기회를 노려 도망가곤 했는데, 아기 고양이는 재빨리 따라가 잡아서 다시 마당 가운데에 놓고 이리저리 돌리며 혼자 힘으로 쥐를 제압했다.

그동안 어미는 시종 한 군데 앉아 다른 곳을 쳐다봤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워진다 싶으면 고개를 돌려 새끼를 지켜봤고, 그러다가도 새끼 혼자 해낼 수 있을 것 같으면 도로 고개를 돌려 새끼를 안 보는 척했다. 어미는 쿨했다.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는 이 교육법은 정말 강력한 효과를 보였다.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아기 고양이의 쥐 다루는 기술은 눈에 보이게 능숙해졌으니까.

스스로 배우는 아이가 빨리 자란다

우리 부모들도 고양이나 새처럼 쿨하게 자녀를 교육하고 있을까? ‘알파 맘’이니 ‘베타 맘’이니 하면서 자녀의 생활에 너무 개입하거나 잔소리를 퍼부어 아이들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닐까? 엄마 아빠는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자녀 교육에 매진한다고 하지만 자녀들은 이런 부모를 원망하고 미워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또는 아예 배우기를 포기하지는 않을까?

영유아기 어린이는 스스로 배울 때 무엇이든 잘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기 고양이가 쥐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처럼, 영유아도 자신의 손발과 머리를 써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많은 것을 잘할 수 있게 된다. 어린아이들은 듣기만 할 때보다 볼 수 있을 때 더 잘 배우고, 보기만 할 때보다 직접 해볼 수 있을 때 더 잘 배운다. 그러므로 부모와 교사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끈기 있게 그들을 기다려주어야 한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에게서 관심을 거두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새끼를 기다려주는 것은 자연의 지혜이다. 어미 새가 먹이를 입에 물고 때로는 가까이에서, 때로는 조금 멀리에서 아기 새를 기다리는 개별화 교육도 자연이 가르쳐주는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다. 봄을 준비하는 동물들을 보면서 우리도 유아기 자녀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지혜로워지자.

이원영_ 세 아이의 엄마로, 이제는 손주를 키우는 할머니로 30년이 넘게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한 유아교육 전문가입니다. <우리 아이 좋은 버릇 들이기> <100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육아 지혜> 등의 책을 썼습니다. 조부모가 함께 살지 않는 가정이 많은 요즘, 체험에서 얻은 양육의 지혜를 젊은 부모들에게 격월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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