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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죽으면 끝? 피해자 보상은 천리 길, 범죄수익 몰수는 못 해

가해자 죽으면 끝? 피해자 보상은 천리 길, 범죄수익 몰수는 못 해

진선민 기자
입력 2021-08-03 20:38
업데이트 2021-08-0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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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받은 가족 상대 민사재판으로 보상
해외선 유죄 판결 없이 재산 몰수하기도

로펌 초임 변호사를 성폭행한 대표 변호사 사건처럼 범죄 혐의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수사 자체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법조계에서는 민사재판 등을 통한 피해 구제 및 회복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 대상인 피의자가 사망하는 경우에는 검찰사건사무규칙 115조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한다. 다만 피해자가 명백히 존재한다면 민사재판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가해자 재산을 상속받은 가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로 대전지법은 지난 4월 살인 피의자 A씨의 가족이 피해자 유족에게 약 1억 9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가해자의 가족들이 상속 포기를 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사망한 범죄혐의자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이 아무리 크더라도 환수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점도 맹점으로 꼽힌다. 현행법상 재산 몰수는 법원의 유죄 판결에 더해 이뤄지는 ‘부가형’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유죄 판결이 없어도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제도를 도입한 국가가 많다. 독일은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요건을 갖추면 범죄수익을 박탈·몰수하는 독립몰수 제도를 두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영미법계 국가에선 ‘민사몰수’를 통해 범죄와 관련된 재산을 박탈할 수 있다. 형사몰수와 다르게 재산 자체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기 때문에 범죄혐의자가 사망하거나 소유자가 바뀌어도 몰수가 가능하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교수)은 “부가성을 원칙으로 하는 현행 범죄수익 몰수 제도하에서는 유죄 판결 전 범죄자가 사망하면 범죄수익이 그대로 상속되는 등 입법 공백 문제가 있다”며 “독립몰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2021-08-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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