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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라” “찔러라” 피범벅 소싸움 재미있나요?[김유민의 돋보기]

“박아라” “찔러라” 피범벅 소싸움 재미있나요?[김유민의 돋보기]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2-08-19 21:50
업데이트 2022-09-13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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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으로 멈췄던 소싸움 재개

17일 충북 보은서 개막한 제8회 전국민속소싸움대회에서 싸움 소들이 눈을 부릅뜬채 힘을 겨루고 있다. 이 대회는 보은대추축제의 일환으로 사흘 동안 펼쳐진다.  연합뉴스
17일 충북 보은서 개막한 제8회 전국민속소싸움대회에서 싸움 소들이 눈을 부릅뜬채 힘을 겨루고 있다. 이 대회는 보은대추축제의 일환으로 사흘 동안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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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흘리는 소들
피흘리는 소들 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 마금산온천지구 특설경기장에서 제11회 전국민속소싸움대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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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연휴 소싸움으로 유명한 경북 청도군에서는 특별경기와 이벤트 경기 등 12경기가 열렸다.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따르면 연휴기간 매출액은 10억 4900만원을 기록했다. 청도공영사업공사는 조만간 사행성감독위에 매출 총량 한도를 늘려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청도 소싸움은 박진감을 더한다며 경기 전 기량을 점검하는 ‘프리테스트’를 도입했고, 소머리를 맞대자마자 ‘피 튀기는’ 소싸움이 벌어졌다. 치열한 싸움 양상에 관람객들은 환호했고, 대구와 경산 등 주변 도시로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이면 청도를 찾는 소싸움 팬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운영사의 설명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소싸움 팬들이 청도를 찾을 수 있게 주말마다 경기를 열고, 추석 연휴(10월 10∼12일)와 개천절, 한글날 대체공휴일 등에도 경기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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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충북 보은서 개막한 전국민속소싸움대회에서 싸움 소들이 눈을 부릅뜬채 힘을 겨루고 있다. 이 대회는 보은대추축제의 일환으로 20일까지 펼쳐진다. 연합뉴스
16일 충북 보은서 개막한 전국민속소싸움대회에서 싸움 소들이 눈을 부릅뜬채 힘을 겨루고 있다. 이 대회는 보은대추축제의 일환으로 20일까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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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목적으로 동물에 상해 입혀
경북 청도군을 포함해 전국 11개 자치단체에서 소싸움대회가 열린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과 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개싸움이나 닭싸움과 달리 소싸움은 민속경기에 포함돼 단속 대상이 아니고, 도박도 가능하다.

소싸움은 몸무게 700㎏의 7살짜리 소가 뿔 달린 머리를 맞대고 20분가량 겨루는 민속놀이다. 먼저 도망치거나 무릎을 꿇는 소가 지게 되는데 관중석에서는 ‘박아라’, ‘찔러라’ 구호가 나오고, 겁에 질린 소들은 똥오줌을 지리기도 한다. 싸움이 격해지면 상대 뿔에 찔려 피를 흘리거나 살가죽이 찢어지고, 드물지만 죽기도 한다.

경기시간에 제한이 없고, 한 마리가 패할 때까지 박고 찌르는 행위가 계속된다. 싸움소를 선발하는 기준은 ‘머리피가 두꺼운 것’ ‘뿔이 굵고 튼튼한 것’ 등이다. 싸움소가 되면 평균 5~7년간 경기에 출전하는데 목과 다리를 굵고 강하게 하기 위해 모래 주머니를 목에 채우고, 다리에는 타이어를 채워 산을 오르게 한다. 버티기를 오래 하기 위한 명목으로 오르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하게 산비탈에 매어둔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뱀탕과 개소주를 먹이기도 한다. 만성적인 관절염이 생겨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고, 두부 충돌로 뇌진탕에 빠져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살갗이 손상돼 피를 흘리는 건 부지기수다. 계류장에 묶인 채 싸움을 하고 나이가 들면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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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충북 보은서 개막한 전국민속소싸움대회에서 경기장에 들어선 소 주인이 허리 숙여 자신의 싸움 소를 응원하고 있다. 이 대회는 이달 20일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
16일 충북 보은서 개막한 전국민속소싸움대회에서 경기장에 들어선 소 주인이 허리 숙여 자신의 싸움 소를 응원하고 있다. 이 대회는 이달 20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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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억원 안팎 국가 예산 지원
매년 2억원 안팎의 국가 예산이 지원되지만, 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회 관람객 대부분이 지역 노인으로, 새로운 관광객 유입 효과가 거의 없는 탓에 지역 경제 활성화 관점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단법인 한국민속소싸움협회는 “조상들의 혼과 숨결이 살아 있는 전통문화유산”이라는 입장이지만 동물보호단체는 “완전한 초식동물로서 자연 상태에서는 다른 소와 싸우지 않는 유순한 동물에게 싸움을 시키는 것 자체가 고통이자 학대”라고 비판한다. 뿔싸움으로 소들이 입는 상처가 많고 심지어 복부가 찢어져 장기가 빠져나오기도 한다며 폐지를 주장한다.

투우 경기가 전통문화인 스페인 역시 소몰이 축제를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스페인 국민의 46.7%가 투우를 반대하고 금지해야 한다고, 34.7%는 투우는 찬성하지만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지가 어렵다면 가혹한 훈련이나, 대회 규정을 고치는 것도 방법이다. 경남 창녕군 영산지방에 전승되는 민속놀이인 소머리 대기 같은 놀이 개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전통을 살리면서도, 동물학대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대안적 민속놀이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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