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북한 연루설은 날조”…‘꼬리 자르기’로 상황 타개
북한이 천안함 사고 발생 22일만인 17일 조선중앙통신 ‘군사논평원의 글’을 발표해 침몰사고가 북한의 소행일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날조’라고 뒤늦게 반박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일단 북한은 그동안의 침묵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었다”고 주장,자신들이 개입되지 않은 사고에 대해 굳이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남측이 북한과 연계시키려고 ‘획책’하기 때문에 뒤늦게나마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이다.
최근 천안함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 연계설’에 힘이 실리면서 전개되는 흐름이 자신들에게 불리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뒤늦었지만 공식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천안함 함미 부분에 대한 인양과 선체 파손상태에 대한 조사.공개가 이뤄지면서 외부폭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어뢰 공격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16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우리 정부와 군은 천안함 침몰사건을 국가안보차원의 중대한 사태로 인식한다”고 말해 북한 연계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런 가운데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4일 6자회담 재개 노력에 대한 질문에 “현 시점에서 천안함을 인양하고 함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국 측에 전했다”며 “그 이후 향후 방향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이 천안함 사고 발생 초기와 달리 북한의 연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데다가,오히려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을 6자회담 재개 여부를 고려하는 중대한 요소로 한미 양국이 고려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마냥 침묵으로 일관하면 의혹을 시인하는 꼴이 될 수 있는 만큼 ‘날조’라는 주장으로 ‘꼬리 자르기’를 함으로써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천안함 함미 인양 직후에 형성된 여론이 북한의 태도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국방장관이 이번 사고를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한 사태로 규정하고 미국이 6자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 터닝 포인트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북한 연계설’이 잦아들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은 천안함 침몰사고가 자신들과 무관한 사고라는 점을 일방적으로 언급했지만,민.군 합동조사단이 외부폭발과 어뢰 공격에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 연계론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아직 어느 쪽인지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웅산 폭파 사건이나 KAL기 테러 때도 북한은 명확한 증거가 나왔지만 시인을 하지 않았었다”며 “북한 쪽에 혐의가 커지고 미국도 그런 판단 하에 접근을 하자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1983년 아웅산 폭파사건(10.9) 때는 사건 발생 3일만에 ‘조선중앙통신사 성명’을 발표해 “터무니 없는 망동”이라고 주장했으며,1985년 KAL 858기 폭파사건(11.29) 때는 사건발생 7일만에 ‘중앙통신사 성명’으로 “우리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주장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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