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합의’ 효력 정지 땐 확성기 배치… 극도로 꺼리는 대북 심리전

‘9·19 합의’ 효력 정지 땐 확성기 배치… 극도로 꺼리는 대북 심리전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24-06-03 00:49
수정 2024-06-03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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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성기 카드’에 한 발 물러선 北

북측 “한국 것들에게 충분한 체험”
군사분계선서 30㎞ 까지 소리 전달
北 주민들 내부 동요 유발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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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우리 군 당국의 탐지장비에 포착된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합동참모본부 제공
2일 우리 군 당국의 탐지장비에 포착된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해 정부가 2일 ‘대북 확성기 재개’를 거론한 당일 북한이 오물풍선 잠정 살포 중단을 선언한 것은 대북 확성기가 그만큼 민감한 수단인데다 먼저 도발을 감행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공개하고 “우리는 한국 것들에게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워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며 오물 풍선 살포 중단을 밝혔다.

북한이 자신들의 오물풍선이 상당 부분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지만, 오물 풍선 중단에는 대북 확성기 재개를 꺼리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북 확성기는 고출력 스피커로 군사분계선(MDL)에서 20~30㎞ 전방까지 소리가 전달돼 접경 지역은 물론 북한 주민들의 내부 동요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 2017년 6월 MDL을 건너온 북한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귀순 결심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진술했다. 결국 북한이 오물 풍선으로 심리전을 벌이려다 더 강한 심리전 무기인 확성기 재개를 끌어내는 손해는 안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확성기는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 따른 상호 조치로 철거된 상태지만 정부가 필요한 절차만 밟으면 이동식 확성기를 MDL 인근에 배치해 방송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무효화하고 북한에 이를 통보하면 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박정희 정부 때 시작돼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중단됐지만 2010년 천안함 피격 도발과 2015년 지뢰 도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으로 일시적으로 재개된 적이 있다.

다만, 이날 김 부상이 다시 북측으로 전단이 날아올 경우 ‘100배의 휴지와 오물을 다시 보내겠다’고 압박하면서 그간 대북 전단을 보냈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상임대표 등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박 대표 등은 북한의 이번 오물풍선에 대해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 맞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2024-06-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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