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본주의 상징’ 인터넷뱅킹도 도입?

北 ‘자본주의 상징’ 인터넷뱅킹도 도입?

입력 2012-01-31 00:00
수정 2012-01-3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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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大 학보 “은행관리 수단·방법 개선”

사회주의국가인 북한은 그동안 자본주의국가에서 탄생한 신용카드나 전자상거래 등을 금기시하다시피 했다.

신용카드 등이 근로자에 대한 착취를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라는 논리였다.

1990∼2000년대 세계적으로 IT 등 전산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북한 역시 신용카드 등을 통한 전자금융거래를 일부 허용했지만 어디까지나 외국인 등 특수계층에 국한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발간된 김일성대 학보에 실린 ‘망은행을 합리적으로 조직하는 데서 나서는 몇 가지 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은 사실상 인터넷뱅킹을 포함한 은행전산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등장한 신조어로 보이는 망(網)은행을 논문은 ‘전자은행’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망은행 특성에 대해 “국가의 금융질서를 강화하고 기관, 기업소들과 거래자 이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은행 원가 절감, 업무 발전 촉진, 업무의 안전 및 인증기술의 진보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망은행 발전전략을 “정보기술 수준과 봉사성(서비스)을 높여 은행이 보유해야 할 화폐 자금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총전략과 “은행거래자들에 대한 봉사를 강화해 거래자 수를 늘리고 자금의 회전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한” 봉사전략 등으로 나눠 제시해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을 연상케 했다.

망은행을 통한 신용카드와 금융대부업의 활성화 필요성도 논문에 언급돼 있다.

북한이 전자금융거래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자본주의 상징’이라고 공격받았던 신용카드는 1990년대부터 북한에서 사용돼왔다.

국내외 언론보도에 따르면 1995년 말 기준으로 평양에서는 36개소의 카드 가맹점이 운용됐고, 2003년에는 전자상거래 웹사이트(www.chollima-group.com)도 개설됐다.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기관지인 조선문학은 2002년 5월호에서 “21세기는 ‘전자화폐’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일부 발전된 나라에서 전자화폐를 도입하기 위한 실험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북한에서 전자금융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국가체제에서 원인을 찾는다.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거래는 수요에 의해 개발되고 활성화되는데 합법적인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개혁·개방을 꺼리는 북한의 국가시스템 속에서는 수요 자체가 없다 보니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31일 “망은행 구축은 외자 유치와 금융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관건이 되는 것으로, 북한이 작년 초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면서 계속 고민해온 부분”이라며 “개혁·개방 등을 통한 체질 개선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경제특구 등을 추진하면서 금융개혁을 중시해온 데다 금융시스템을 개선하면 화폐유통량 조절을 통해 물가폭등 문제도 잡을 수 있어 결국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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