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의선 예상대로 국방위원장직 맡을 듯
11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제4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당 제1비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됐다.김 부위원장이 당 총비서직을 승계할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들의 예상이 외견상으로는 빗나간 셈이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이 총비서직을 고인이 된 아버지에게 바치고 제1비서를 맡았다는 것은 사실상 총비서직을 승계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국가수반직이던 주석직을 김일성만의 직책으로 했듯이 김정일에게는 당총비서직을 부여해 김정일도 영원한 지도자로 하면서 대신 제1비서직을 신설해 김정은에게 당권력을 넘겨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19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해 김 주석을 ‘영원한 주석’으로 추대하고 주석제를 폐지한 바 있다.
이런 전례에 따라 북한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김일성 부자를 ‘영원한 지도자’로 규정하고 ‘현재의 지도자’로 김정은 제1비서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당의 최고 직책명을 바꿔 기존 직책을 김정일에게 주고 새 직책에 김정은을 추대한 것은 후계자의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제1비서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노동당의 영도 따라 나아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앞길에는 언제나 승리와 영광만이 있을 것”이라고 밝혀 제1비서가 당의 최고수반임을 뒷받침했다.
북한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당규약을 고쳐 김 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로 하고 제1비서직을 신설해 김 부위원장을 당의 수반으로 추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은 이날 당대표자회에서 당규약 개정과 조직문제도 다뤄졌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는 않았다.
현 당규약상 당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장을 겸임하도록 돼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개정도 불가피하다.
북한의 제1비서직 신설에 따른 당규약 개정 및 조직개편 내용이 공개되면 향후 권력구조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힌트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되는 사안이다.
상당수 북한전문가는 북한이 이틀 뒤인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회의에서는 예상대로 김 부위원장을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대표자회처럼 최고인민회의에서도 김 위원장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김 제1비서는 새 직책을 신설해 실권을 가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 이도 있지만 김 위원장에게 두 개의 명예직을 부여하는 것은 ‘영원한 주석’인 김일성 주석에 대한 예우를 뛰어넘는다는 점 등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미 북한이 2009년 4월에 국방위원장 권한을 강화하는 등 후계체제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했고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한 터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김정은이 국방위원장직에 오름으로써 공식적인 권력승계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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