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가족 “서로에게 아픔 줄 수도…조금만 시간을 달라”
생존자 전원과 실종장병 가족과의 만남을 주선해달라는 ‘천안함 실종자 가족협의회’의 요청과 관련,생존자 가족들은 “조금만 시간을 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실종자 가족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도 신체적·정신적 고통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실종자 가족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고로 머리를 다쳐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던 신은총 하사의 아버지 신원향 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들이 여전히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누군가를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운 상태”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씨는 “게다가 아들이 사고 당시의 충격과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많이 괴로워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서로에게 아픔만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연규 하사의 아버지도 “아들이 인대 수술을 받고 지금은 깁스를 하고 있다”며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병이 나을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도 (이 하사에게) 마음의 안정을 취할 시간을 주려고 병원에 가는 걸 자제하고 있다”면서 “실종자 가족들보단 못하겠지만 살아있는 사람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일부 생존자들은 눈을 감을 때마다 사고 기억이 떠오르고 악몽을 꿔 잠도 제대로 못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수 이병의 한 가족은 “환수가 부모님 걱정할까 봐 애써 밝은 모습을 보이는데 속은 오죽하겠느냐”며 “많이 다치지는 않았어도 당분간 심리적 안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국군수도병원도 생존자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을 고려해 심리치료를 진행 중이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서호준 교수는 “악몽을 꾸거나 낮에도 갑자기 사고 당시 상황이 떠오르는 것을 ‘재경험’이라고 하는데,큰 사고를 겪은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면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잊히지만 이 중 10%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은 납득이 가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실종장병에 대한 기억을 다시 꺼내는 것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가급적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