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1심 무죄] 韓 “진실 밝혀져…참 길고 험난했다”

[한명숙 1심 무죄] 韓 “진실 밝혀져…참 길고 험난했다”

입력 2010-04-10 00:00
수정 2010-04-1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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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2시20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재판장인 김형두 부장판사가 판결을 시작하자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한명숙 전 총리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얼굴은 재판장과 검사석 중간을 향했지만 그는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김 재판장이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을 때도 한 전 총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반면 검찰의 얼굴은 일순 얼음처럼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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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조형물에 비친 청사의 모습이 검찰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9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조형물에 비친 청사의 모습이 검찰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변호인 6명 출석… 무죄 자신감

재판부의 판결은 1시간10분간 계속됐고, 한 전 총리는 지난 재판 내내 이름 대신 불렸던 ‘피고인’이라는 ‘낙인’을 벗는 순간이었다.

재판부가 마지막으로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법정은 박수로 뒤덮였다. 한 방청객이 “정치 검찰, 정신 차려라.”라며 고함을 쳤다가 법원 경위로부터 제지당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선고 예정시간인 오후 2시보다 20분 이른 오후 1시40분쯤 법원에 도착했다. 현관 인근에는 녹색 머플러를 두른 지지자들이 마중 나왔고, 한 전 총리는 웃음을 띠며 화답했다. 한 전 총리는 변호인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팔짱을 낀 채 입장했다. 재판장에 들어선 뒤에도 한 전 총리는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다. 물을 마시면서 변호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재판장에는 강 전 장관과 백승헌 변호사 등 한 전 총리의 변호인 6명이 보였다. 앞서 있었던 공판에서 보통 4명이 나온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변호인 측이 이미 무죄를 확신해 이들이 출석했다는 관측이 있다.

●“정치검찰 정신차려라” 고함도

재판장은 이번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였던 것을 보여 주듯 전에 없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재판 시작 15분 전 이미 재판장이 꽉 찼으며, 수십명이 입장하지 못해 법정 밖에서 서성거렸다.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지지자들의 환호를 들으며 법원 정문을 나선 한 전 총리는 “진실이 밝혀졌다. 저를 믿고 성원해 주신 국민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참으로 길고 험난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질문을 받지 않은 채 법원을 떠났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0-04-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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