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NEWS] EBS 저작권강화 누구 위한 것?

[생각나눔 NEWS] EBS 저작권강화 누구 위한 것?

입력 2010-04-10 00:00
수정 2010-04-1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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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교재와 강의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EBS 교재와 수능 연계율을 70%까지 높이겠다.”고 한 뒤 사교육 시장에서 EBS 관련 강좌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책적인 배려로 주목받은 EBS가 이참에 지재권을 활용해 교육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선점하려 한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공교육 정책에 맞춰 수능 강의는 무료로 제공하면서도 책값은 꼬박꼬박 받아 챙기는, 공기업이지만 어찌 보면 사기업 못지않은 EBS의 ‘얄팍한 돈욕심’을 나무라는 시각이다.

EBS는 박상호 학교교육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법무 담당 부서장들을 참여시킨 ‘지재권 침해대책반’을 출범시켰다. EBS는 이달 안에 지재권 분야 전문 변호사를 특별 채용하고, 외부 전문 단속업체를 고용해 침해 사례가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9일부터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신고포상제도 운영한다.

EBS 관계자는 “EBS라는 상표, 교재에 들어 있는 문제를 편집해 활용하는 사교육 업체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단, 일선 학교에서 EBS 강의를 요약해 유인물로 배포할 경우에는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BS 요약강의’ 등의 내용으로 학원 전단지를 만들면 상표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가할 정도의 기준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이런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예컨대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수능 기출문제를 모은 문제집 회사나 학원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적이 없는 점에 비춰 EBS의 조치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김갑배 변호사는 “공인시험의 경우 원래는 출제자에게 저작권이 있지만, 국가기관이 출제자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아 왔다.”고 지적했다.

수능 기출문제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교과부는 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원이 문제별로 저작권료를 내거나 소송 비용을 감수하면서 기출문제 강의를 할 경우 그 비용이 학생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EBS의 저작권 보호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표권만 해도 등록된 권리는 ‘EBS’ 달랑 하나뿐이다. 사교육 업체들이 EBS를 한글 자판으로 쳤을 때 나오는 ‘듄’이라는 EBS의 별칭을 써서 ‘듄 강의요약’이라고 광고해도 상표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0-04-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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