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함 5일여만에 철수…향후 전망은

이순신함 5일여만에 철수…향후 전망은

입력 2010-04-10 00:00
수정 2010-04-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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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 삼호드림호를 따라잡아 ‘근접 기동’을 해온 청해부대 소속 충무공 이순신함이 5일여만에 철수했다.

 피랍선박이 정박 중인 소말리아 호비요 항구 인근연안에서 원래의 작전해역인 아덴만으로 ‘원위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호드림호 피랍사태는 초기의 ‘작전단계’에서 ‘협상단계’로 본격 전환돼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이순신함이 철수한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우선 선원들이 인질로 붙잡힌 채 해적의 본거지로 이동한 현 상황에서는 더이상의 구출작전을 펴기가 힘들다는 자체 판단이 내려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해적들이 “선사와 협상하겠다”고 퇴거 요구를 해온 점도 작용했다.

 아덴만을 중심으로 전개돼온 우리 선박들에 대한 호송작전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도 철수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현재 청해부대는 일주일에 우리 선박 6∼8척을 호송하고 있어 아덴만을 계속 비워두기는 어렵다는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외교가에서는 이순신함의 이번 출동이 향후 해적 피랍사태에 대한 대응방식과 관련해 상당한 시사점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해적들에게 ‘위력’을 과시함으로써 협상장에 일찍 나오도록 만드는 심리적 압박효과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

 이순신함은 출동한 지 불과 하루만에 피랍선박을 따라 잡았고 이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속적인 ‘시위기동’을 전개함으로써 피랍선박의 이동을 지연시켰고 해적들로 하여금 조기 협상에 나서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10일 “피랍된 선박에 대해 우리 함정을 파견한 것은 최초의 사례”라며 “인질들이 잡혀있고 원유가 26만t이나 싣고 있는 점이 제약요인이었지만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초기에는 피랍선박과의 교신에 성공해 선원의 안전확인 등 선박내의 제반상황을 파악했고 이후에도 제반정보를 수집해 제공했다”며 “연합해군사와 EU(유럽연합) 해사 전투단과도 협조해 실시간 영상자료를 획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후 몸값 협상과정에서도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순신함의 출동은 이미 우리 선박이 피랍된 이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당초부터 구출작전을 펴는데는 근본적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지적된다.

 무려 24명의 인질이 붙잡혀있는 상황에서 교전 형식을 피하고 인질들을 구출해낼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순신함의 급작스런 출동은 아덴만을 중심으로 한 우리 선박의 호송작전과 치안에 ‘구멍’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현실적으로 이순신함이 구조작전을 펴는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얼마나 조속히 해결될 수 있느냐다.일단 선사와 해적측간의 석방협상이 시작됐지만 몸값을 둘러싼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적측이 요구하는 몸값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1천만∼3천만 달러(약 110억∼330억원)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협상이 완전히 끝나려면 최소 6주에서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지난 2007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원양어선 마부노호 한국인 선원 4명은 피랍 174일만에 석방된 바 있다.

 여기에 해적들은 몸값을 올리기 위해 시간을 최대한 끌면서 인질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의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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