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지켜서, 위치 몰라서…‘매맞는’ 구급대원

신호 지켜서, 위치 몰라서…‘매맞는’ 구급대원

입력 2010-04-28 00:00
수정 2010-04-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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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응급 도우미 119구급대원이 매 맞고 있다’

 한 생명이라도 살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도우러 갔다가 오히려 폭행당하는,당황스런 일이 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10시40분께 남양주소방서 상황실에 “부인의 오른쪽 발등이 찢어져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다”며 남편 A(61)씨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119구급대원들이 긴급 출동해 이 여성을 구급차에 싣고 구리시내 종합병원에 도착할 무렵 동승한 A씨가 갑자기 옆에 있던 구급대원의 턱과 목을 마구 때렸다.구급차가 교통신호를 지킨다는 게 이유였다.

 폭행당한 구급대원은 2주의 상해를 입었고 결국 구급대원들은 A씨를 일단 가까운 경찰 지구대에 넘겼다.남양주소방서는 다음날 폭행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한 구급대원은 “구급차는 사이렌을 울리며 신속하게 이동했고,가는 동안 신호기도 거의 없었는데 참 당황스러웠다”며 “응급환자를 살리는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것은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 행위와 같다”고 말했다.

 앞선 2월22일 밤.B(60)씨는 “친구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피를 흘리고 있다”며 구리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B씨는 무작정 빨리 오라며 소리를 질렀고 상황실 근무자는 술에 취한 B씨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구급대원들은 B씨에게 전화해 위치를 물어 6분만에 도착했다.

 그러나 B씨는 “왜 여기를 못 찾느냐”며 폭언하고 여성 대원의 멱살을 잡아 밀쳤다.이 구급대원은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등 병원에서 2주 진단을 받았다.

 이밖에 같은 달 남양주소방서의 구급대원은 환자 처치에 불만을 품은 C(55)씨에게 맞아 얼굴이 심하게 부었고 지난 1월 일산소방서의 구급대원은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D(40)씨에게 맞아 목 인대가 늘어났다.

 경기도 제2소방재난본부(경기소방2본부)에 따르면 28일 현재 경기북부지역에서 발생한 구급대원 폭행 건수는 총 8건이다.지난해 총 2건에 비하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소방서는 이 가운데 2건은 취하하거나 합의하고 나머지 6건은 폭행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해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소방당국은 구급대원의 폭행을 방지하기 위해 구급차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거나 수사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소방2본부 관계자는 “가족과 친구가 위독해 다급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응급현장으로 달려가는 구급대원들을 한 번쯤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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