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안 나와야 당신들 재기” 加출국전 저축銀 관계자에 당부
부산저축은행의 정치권 로비 창구로 알려진 박태규씨는 지난 3월 캐나다로 출국하기에 앞서 이 은행 관계자들에게 “내 이름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나오지 않아야 당신들의 재기가 가능하다.”며 “철저히 보안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씨가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에서 핵심 역할을 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그의 입은 또 다른 브로커 윤여성(구속)씨보다 더 폭발력이 클 것이라는 점을 짐작게 한다. 검찰도 박씨 검거가 이번 수사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다방면에 걸쳐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로비의 핵심 축인 박씨의 실체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나오고 있다. 동명이인이 적지 않고, 이름에 혼선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 안팎에서 거론되는 박씨는 3명이다.
한 명은 소망교회 장로로 알려진 박모(78)씨다. ‘파스쿠찌 모임’(소망교회 인사들의 찻집 모임)의 일원으로 한나라당 실세 의원과 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람은 해외 도주 중인 박태규씨와 이름이 달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한 명은 과거 정치권에서 언론계 중진 인사들과 자주 접촉하며, 정·관계 인맥을 쌓은 박씨다. 60대로 알려진 이 사람은 청와대 수석급 인사인 K·L씨, 전 차관 S씨 등 현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있으며, 현재 캐나다로 출국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한 명은 유명 사립대 교수 출신인 박모씨다.
검찰 관계자는 “브로커 박태규씨는 소망교회와 관련이 있고, 캐나다로 도주한 상태”라고 밝혀, 과거 정치권에서 활동하며 인맥을 다진 박씨가 검찰이 쫓고 있는 브로커 박씨로 보인다. 검찰은 “박씨가 이번 저축은행의 정치권 로비 수사를 열 열쇠”라고 밝혀, 박씨의 손길이 어느 선까지 뻗쳤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11-06-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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