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슈퍼컴의 굴욕

기상청 슈퍼컴의 굴욕

입력 2011-07-30 00:00
수정 2011-07-3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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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분화·정밀화는 세계 최고 입력정보 부족해 예보 한계

“강수량을 정확하게 예보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입니다.”(기상청 관계자)



서울 남부에 ‘100년 만의 물폭탄’이 쏟아지던 지난 27일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관악구에만 시간당 202㎜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반면 같은 시간대 노원구와 종로구는 각각 시간당 17㎜와 53㎜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앞서 이날 새벽 3시 기상청은 “흐리고 비가 오겠으며 시간당 3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만 예보했다. 결과적으로 기상청의 예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시간당 3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린 것은 맞지만 시간당 최대 113㎜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질 것은 예측하지 못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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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슈퍼컴퓨터 3호기 연합뉴스
기상청 슈퍼컴퓨터 3호기
연합뉴스






29일 기상청과 슈퍼컴퓨터 전문가에 따르면 기상청이 보유한 기술력으로는 강우 강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기상청 예보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지난해 도입한 슈퍼컴퓨터 3호기(해온·해담)다. 기상청은 ‘수치예측모델’을 계산하는 3호기 도입이 ‘기상예보의 혁명’이라고 자신해 왔다. 수치예측모델은 자연에서 규칙을 파악한 뒤 계산식을 만들어 현재의 정보를 입력하면 이를 슈퍼컴이 계산해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3호기는 아시아 지역은 가로x세로 12㎞ 단위로, 한반도는 5㎞로 나눈다. 같은 격자 안에서는 같은 기상현상인 것으로 가정하고 하루 24회 계산해 각각 12시간 후까지의 예보를 내놓는다. 기상청 수치모델 개발과 측은 “세분화, 정밀화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슈퍼컴퓨터까지 사 줬는데 왜 그걸 못 맞추냐.”고 말한다. 하지만 초당 379조번의 연산을 하는 슈퍼컴퓨터도 데이터가 부족하면 강수량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상 현상은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박건형·김동현기자 kitsch@seoul.co.kr

2011-07-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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