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0대女 살인사건… 경찰의 대국민 사기극

수원 20대女 살인사건… 경찰의 대국민 사기극

입력 2012-04-08 00:00
수정 2012-04-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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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오판, 부실, 은폐’ 결정판...여론은 분노

경찰이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 사건과 관련해 상황오판, 부실수사, 진실은폐 등 대국민 사기극(?)에 가까운 행태를 보여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경찰은 범인 검거 이후 각종 의혹에 대해 변명에만 급급했고, 조직적으로 치부를 은폐하려던 정황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특히 피해자와 112 신고센터의 통화시간도 당초 경찰 발표와 달리 무려 7분 이상 지속된 것이 알려지면서 국민적인 분노도 극에 달아오르고 있다.

경찰은 결국 사건 초기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수사지휘부가 다음날에햐 사건을 인지하는 등 사실상 사건을 키운 셈이 됐다.

◈112센터 응대에서 지령까지 ‘오판, 오판, 오판’

중국계 조선족 오모(42)씨는 지난 2일 오전 11시 50분께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 원룸 1층 자신의 방에서 A(28)씨를 살해했고, 시신마저 훼손했으나 다음날이나 돼서야 경찰에 검거됐다.

A씨는 전날 밤 10시50분께 휴대전화로 112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과연 A씨의 전화 신고 후 13시간 동안 112신고센터와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날 A씨의 신고를 접수한 경기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는 위급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원중부경찰서 권역 전 현장 인력에게 출동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쥔 피해자가 ‘집안에 있다’는 사실은 누락된 채 현장으로 전파됐다.

당시 112신고센터는 현장에 나가 있는 경찰들에게 ‘성폭행, 못골놀이터 가기 전 지동초등학교 쪽, 긴급출동’, ‘지동초등학교,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다’ 등의 내용만 상황 전파했다.

더욱이 A씨는 112신고센터에 신고하면서 3번째 문답 만에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라고 구체적으로 위치를 알렸지만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1㎞ 가량 떨어진 못골놀이터부터 수사를 시작, 시간만 허비했다.

◈안이한 상황판단, 부실한 탐문수사 결국 참사로 이어져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의 탐문방식은 기막히게도 ‘귀대기’였다.

범죄 의심장소 주변 주민들을 일일이 대면한 것이 아니라 현장 경찰들은 ‘귀대기’를 탐문기법으로 사용했다는 것.

‘귀대기’를 탐문기법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경찰은 늦은 시각 주민들의 수면방해를 우려해 현관문이나 창문에 귀를 댔다가 사람 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범인 검거에 결정적 단서가 됐던 “부부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옆집 주민의 제보는 오전 11시30분께 탐문 중이던 형사들에게 접수됐다.

따라서 경찰이 사건 신고 접수 즉시 가용인력을 총 동원해 적극적 탐문을 벌였다면 곽씨를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경찰의 안이한 상황판도 사건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관할 경찰서 형사과장은 신고 접수 두 시간 후에야 보고를 받았고 다음날 오전 7시에 경찰서에 출근해 2시간이 지난 오전 9시께 현장에 도착했다.

이러다보니 관할 서장도 사건 발생 직후 상황을 보고 받지 못했으며 다음날 오전 8시40분 회의에서 내용을 보고 받았다.

이와 관련, 수원 중부경찰서장은 “아마 당일 경찰서 상황실장과 형사과장이 즉시 보고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만약 신고내용이 살인과 같은 강력사건이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덮고, 덮고, 덮어도...속속 드러나는 진실들

경찰은 사고 후 강력팀 형사 35명을 초기에 투입했다고 밝혔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곽씨의 신고가 접수된 날 출동한 인력은 11명(2인1조 순찰자 3대, 형사기동대 5명)이었다.

추가 인력이 투입된 것은 신고 접수 3시간 30여분이 지난 다음날 오전 2시32분께로 형사기동대 2개 팀(10명)과 순찰차 2대(4명)가 추가 배치됐다.

이어 오전 6시50분께 형사기동대 4개 팀(20명)이 보강됐다.

이와 함께 당초 1분20초라던 피해자 A씨와 112신고센터 간 통화시간은 총 7분36초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안타까운 비명과 절규는 살인범이 잠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린 뒤에도 6분16초 동안이나 이어졌다.

A씨는 이 시간 동안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악, 악”하는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중간에는 테이프를 찢을 때 나는 소리도 들렸고 전화가 끊길때 쯤에는 비명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이미 긴급공청이 진행되고 있는 터라 휴대전화 수화기를 통해 전해진 곽씨의 비명은 고스란히 112신고센터 근무자 20여명에게 전파됐다.

사건 발생 후 경찰의 사후 조치는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였고, 언론을 의식해 사실을 왜곡‧축소하기에 급급했을 뿐이었다.

한편, 사건 보도 후 누리꾼들은 “저러고도 경찰인가. 녹취록 보니 진심으로 화가 난다”,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위치까지 상세히 말해줬는데 경찰이 안이한 대응으로 막지 못했다. 경찰이 조금만 빠르게 대처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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