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선수 탓하면 리더 아니다… 엄한 아버지 돼라”

“감독이 선수 탓하면 리더 아니다… 엄한 아버지 돼라”

입력 2012-10-11 00:00
수정 2012-10-1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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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 감독 신임사무관들 특강

“감독이 승리에 절실하지 않으면 선수들이 절실할 리가 있겠어요? 리더의 역할과 자세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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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野神)으로 불리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10일 신임 사무관들 앞에 섰다.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을 찾은 김 감독은 이제 막 공직에 발을 디딘 320명의 사무관들에게 ‘리더는 절대 혼자 가지 않는다’는 주제로 특별한 강연을 했다. 약간 어눌한 듯하고 정확하지 않은 발음이었지만 1시간 30분 내내 박수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행정과 야구는 별개의 분야지만 김 감독이 펼친 ‘무한책임 리더론(論)’은 이 둘이 서로 상통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김 감독은 “야구 감독이 선수의 부상 탓을 하거나 선수가 없다며 패배의 핑계를 대는 것은 리더의 몫이 아니다.”면서 “난 단 한 번도 ‘선수 없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며 리더가 가져야 할 무한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언젠가 아주 중요한 경기에서 SK 정근우가 번트 작전에 실패했고, 그날 저녁에 번트 500개 특별훈련을 시켰는데, 그 뒤로 정근우의 집중력과 작전 수행력은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그의 리더십이 독불장군식만은 아니다. 그는 “야구 감독이건 리더건 절대로 혼자 모든 것을 이룩할 수는 없는 만큼 가장 중요하게 갖춰야 할 덕목은 엄한 아버지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 서럽다는 프로 2군에조차 끼지 못한,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은 여느 1군 선수보다 뛰어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선수들을 키워내는 김 감독의 말이기에 사무관으로 공직에 들어선 이들에게 울림이 클 수밖에 없었다.

교육생 자치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원 사무관은 “책임을 정면으로 감내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자세라는 김 감독의 말씀은 앞으로 부처에 배치돼 일하면서 두고두고 곱씹어 볼 만하다.”면서 “리더의 역할, 공직자의 자세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2-10-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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