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숨진 아버지 과실사라니”…유가족 반발

“태풍에 숨진 아버지 과실사라니”…유가족 반발

입력 2012-10-11 00:00
수정 2012-10-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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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있음>>난간 없는 다리 건너다가 사망…밀양시 “태풍 피해 아니다”유족 “강풍 불었다, 소송 불사”…주민들 “시가 다리보수 외면”

”태풍에 의한 인명 피해를 과실사로 판단한 것은 부당합니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16호 태풍 ‘산바’로 아버지를 잃은 최모(48) 씨 가족이 행정당국의 인명피해 판단 결과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최 씨의 아버지(81)는 산바가 닥친 지난달 9월 17일 오전 밀양시 상남면 기산리 우곡마을 하천변에서 실종됐다가 다음날 오전 하류 600여 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는 “아버지가 사고현장인 집 앞 하천을 건너다 강풍에 다리 아래로 떨어져 실종, 숨졌는데도 밀양시가 단순 사망사고로 처리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아버지의 집 앞에 있는 하천 다리(길이 7m, 폭 2.5m)는 좌우에 난간 등 안전시설이 없어 평상시에도 추락 위험이 상존했다고 지적했다.

이 다리에는 아직도 안전시설이 전혀 설치돼 있다.

최씨 등 유가족은 단순 과실사 판정에 이의신청을 냈으나 밀양시는 자연재난에 의한 인명피해로 볼 수 없다고 회신했다.

밀양시는 그 근거로 사고 당시 강우량과 풍속을 들었다.

당시 상남면 사무소 강우량 관측기록에는 최씨의 아버지가 집을 나선 오전 7시30분부터 귀가하던 오전 10시(추정)까지 시간당 강우량이 최저 2㎜, 최고 10㎜ 이하였다고 밀양시는 밝혔다.

풍속은 시청사에 설치된 측정기를 토대로 할 때 최저 초속 4.5m, 최고 초속 7m여서 태풍이 원인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밀양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련 지침에 위험 요인이 있는 가운데 농작물 관리를 위해 나갔다가 본인의 실수로 급류에 휩쓸리는 경우 자연재난에 의한 인명피해로 볼 수 없다는 점도 내세웠다.

밀양시 이성원 방재담당은 “최씨가 태풍의 직접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목격자 등 객관성 있는 자료가 없어 융통성을 발휘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족은 17일 오전 6시 밀양 전역에 태풍경보가 발효됐고 사고 추정 시간인 오전 10시께 인근 낙동강에는 초속 26~27m의 강풍이 불었다고 반박했다.

실제 강풍으로 인해 부산-김해경전철 운행이 이날 오전 10시부터 중단되기도 했다.

숨진 최씨가 거주하는 기산리·우곡리 주민들은 당시 마을에는 큰 정자나무가 쓰러지고 대나무가 완전히 꺾이는 등 강풍이 불었다고 전했다.

우곡리 박정대 이장은 “2년전부터 난간 없는 하천 다리를 보수해 줄 것을 주민들이 시에 건의했지만 아직 감감 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아들 최씨는 “강풍이 부는 속에 난간이 없는 하천 다리를 건널 경우 통상의 주의의무를 기울여도 예방이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그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내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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