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살처분 참여로 방역초소 근무 늦은 직원에 ‘지각 확인서’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가 50일 넘게 지속하면서 방역현장의 피로감이 극도에 달했다.이 와중에 전남도는 살처분에 참여하느라 방역초소 교대시간을 맞추지 못한 공무원에게 ‘지각 확인서’를 요구해 사기마저 땅에 떨어뜨렸다.
6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 도민안전실과 감사관실은 합동으로 시·군 거점 방역초소를 돌며 근무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점검사항은 통상 3~4명인 근무 인원이 자리를 지키는지, 초소를 지나가는 차량에 대한 소독이 철저히 이뤄지는지, 소독약품이 섞인 폐수가 적절히 처리되는지 등이다.
분출구에 이물질이 껴 소독약이 제대로 분사되지 않거나 차고가 높은 차량 윗부분에 소독약이 미치지 않는 등 지적사항이 나와 현장에서 조처됐다.
소독 후 흘러나온 폐수가 고여있거나 근무 매뉴얼이 제대로 숙지 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피로가 쌓인 용역요원 등 민간인은 교체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남도는 전했다.
임성수 전남도 사회재난과장은 “AI 사태가 오래 이어지다 보니 이완된 부분이 있을 것 같아 점검했다”며 “도는 그동안 핫팩 6천900개와 라면, 생수 등을 지원했다”고 느닷없이 홍보했다.
현장의 방역요원들은 아우성을 쳤다. 행정자치부, 국민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등 겹겹이 쌓인 ‘감시의 눈’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점검’을 강조했지만, 현장에서는 ‘감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남도는 20여 분가량 방역초소 교대시간에 늦은 한 자치단체 직원에게 확인서까지 요구했다.
이 직원은 살처분에 참여하느라 교대시간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치단체 관계자는 “전남도에서 몇 차례 방역현장을 점검해 지적사항이 나오기는 했지만, 확인서를 요구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시·군 방역관들이 AI 상황실, 살처분 현장, 방역초소를 누비는 동안 전남도 관계자들은 전문 지식도 없이 체험하듯 현장을 살피기도 해 빈축을 샀다.
모 자치단체 관계자는 “살처분 현장 상황을 점검받는데 마치 견학 온 학생에게 설명하는 기분이었다”고 불평했다.
주동식 전남도 도민안전실장은 “매를 때리는 데는 신중하더라도 매를 들고 있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백번, 천번 강조해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있어서 점검한 것이지 사기를 떨어뜨리려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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