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IT·해운 등 대기업 구조조정 탓…식품·화학·항공은 호조
제조업 취업자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여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조선·IT·해운 등 대기업 구조조정 영향으로 고용시장이 갈수록 악화한 탓이다. 저가항공 이용객 급증과 ‘한류’에 힘입은 수출 호조로 식품·화학·항공운송 등은 고용이 호조를 보였다.
1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작년 12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12월 상시근로자 고용보험 피보험자(취업자) 수는 1천263만 7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만 1천명(2.4%) 증가했다.
취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증가 폭은 전년 같은 달(44만 3천명)보다 크게 낮아졌다.
특히 고용규모가 358만 1천명으로 전 업종 중 가장 큰 제조업은 장기적인 수출 부진과 구조조정 등으로 400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월(-8천명) 이후 7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서비스업은 도·소매(6만 1천명), 숙박·음식(4만 7천명), 전문과학기술업(3만 5천명)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나, 추세는 둔화하고 있다.
취업자 증가율은 숙박·음식업(9.8%),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5.7%),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5.4%) 순으로 높았다.
제조업 중에서 고용 악화를 주도한 것은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치는 조선업이었다.
선박, 철도, 항공장비 등을 제조하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은 2015년 말까지 고용이 늘었다. 그러나 선박 수주 급감 등 경기 악화로 지난해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더구나 지난해 6월 1만 2천명이던 취업자 감소 폭은 8월 2만 2천명, 10월 2만 5천명에 이어 12월에는 3만 1천명까지 커졌다. ‘실업대란’이 본격화했다는 얘기다.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2015년 말 고용규모는 21만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11월에는 17만 9천명까지 줄어 고용규모가 15% 가까이 급감했다.
제조업 중 고용규모가 가장 큰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도 12월 취업자 수가 1만 3천명이나 감소했다. 2013년 9월 고용규모가 5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줄어 지난해 12월 고용규모는 51만 6천명에 그쳤다.
이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견디다 못해 국내 전자업체들이 휴대전화, LCD 등 생산기지를 해외로 속속 이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수출이 부진한 탓도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간편식 매출이 늘어난 데다, 한류 영향으로 수출도 호조를 보이는 식료품제조업의 취업자 수는 1만 2천명 늘어 25만 8천명에 달했다.
중국 내에서 한국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화장품이 포함된 화학제품제조업도 취업자 수가 9천명 늘었다. 고용규모는 22만 9천명이다.
해운업 불황으로 수상운송업 취업자는 2013년 초부터 계속 감소세를 보인다. 반면에 저가항공 활성화 등으로 항공운송업 취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가 24만 1천명(2.7%) 증가했다. 반면에 300인 이상 대기업은 5만명(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제조업은 중소기업 취업자가 5천700명 늘었으나, 대기업은 6천100명 줄었다. 조선, 철강, 해운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대기업 고용 사정이 중소기업보다 나빠졌다는 얘기다.
취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는 50대로 13만명(5.7%) 증가했다. 60세 이상은 9만 8천명(9.3%)으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에 30대 피보험자는 3만 8천명(1.1%) 감소했다. 이는 30대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보인다.
실직으로 12월 구직급여를 신규 신청한 사람은 7만 9천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천명 감소했다.
연말에는 계약직 근로자의 계약 종료 등이 많아, 연초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제조업 취업자 수가 7년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 등으로 IT·전자산업 고용이 계속 줄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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