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양심의 결정에 따른 입영 거부는 정당한 사유”
전북 전주시에 사는 박모(23)씨는 어렸을 때부터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부모의 지도로 성서 교육을 받고 신도 집회에 참여했다.그는 2008년 11월 말 온몸을 물에 잠그는 침례 의식을 하고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다시 태어났다.
종교생활을 하면서 박씨는 ‘전쟁연습과 폭력을 멀리하고 사랑을 나타내라’는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전쟁연습을 위해 총을 들 수 없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6월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입대 대신에 신념을 지켰다.
박씨는 병역을 거부하면 징역형의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양심을 지키기’ 위해 입영을 거부했다.
그는 “전쟁을 반대하고 다른 사람을 해하지 말라는 종교적 가르침으로 형성된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했다”며 “입영 거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병역법 제88조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결국, 박씨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그에 따라 대한민국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법원은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전주지법 형사4단독 김선용 부장판사는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신앙 또는 내심의 가치관과 윤리적 판단에 근거해 형성된 진지한 양심의 결정에 따라 입영을 거부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양심의 자유 중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 또는 양심의 결정을 행동으로 실현할 수 있는 자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양심의 결정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들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종교적 신념에서 병역의무를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매년 전국적으로 600명가량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처벌받고 있다.
이들을 대부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으며 수형 후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병역을 면제받는다. 입대 대신 교도소 생활을 하는 셈이다.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두 헌법 가치의 충돌 속에 헌법재판소는 조만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세 번째 위헌 법률심판을 내릴 예정이다.
헌재는 이 법 조항에 대해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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