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바람’ 그치다

[프로야구] ‘바람’ 그치다

입력 2012-04-02 00:00
수정 201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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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나게 돼 아쉽다” 해태 마지막 전설 이종범 은퇴

프로야구 한화와의 마지막 시범경기를 앞둔 1일 광주구장. 선동열 KIA 감독은 전날 저녁 은퇴를 선언한 이종범(42)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부임 때부터 이종범 문제는 늘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함께하자고 했던 것은 기회도 주지 않고 그만두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선 감독은 말했다. 팀의 정신적 지주인 이종범을 안고 가자는 명분과, 세대교체란 실리를 저울질하다 결국 후자를 택했다. 삼성 감독이었던 2010년 양준혁(43)을 은퇴시킬 때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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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아들’ 이종범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바람의 아들’ 이종범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마음속으로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 지켜보고 결정하려 했다. 최종적으로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코치진의 보고를 받았고 나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제 종범이를 만난 자리에서 내 의중을 전했다.”고 선 감독은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30일 대구 원정에서 이순철 수석코치는 이종범에게 1군 엔트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다고 통보했다. 플레잉코치와 연봉 보전을 제의했지만 이종범은 거절하고 은퇴를 택했다. 2009 시즌이 끝난 뒤에도 구단은 같은 제의를 했지만 그는 잔류를 선언했다.

1993년 KIA 전신인 해태에 입단한 첫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1996년과 이듬해 2연패를 이끈 ‘해태 왕조의 마지막 자존심’ 이종범은 2군에 내려가거나 1군에 남아 있어도 후배들의 맏형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스무살 루키든 20년차 고참이든 실력으로 겨루는 것이 냉혹한 프로의 세계다.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아는 이종범은 머리를 짧게 깎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번 시범경기 7경기에 나와 12타수 4안타로 타율 .333. 선 감독이 외야에서 신종길의 중용을 선언하면서 그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이종범은 “팀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떠나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알았다면 좀 더 준비할 시간이 있었겠지만 갑자기 떠나게 돼 아쉽다.”고 했다. 구단은 이종범과 논의해 은퇴 경기와 회견 일정을 잡기로 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2-04-0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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