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현역 LG 류택현 투수 최다 출장 신기록 2경기 남아
노력만으로 스타플레이어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노력이 없으면 프로야구판에서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 최고, 최다만큼이나 최장, 최고령 기록을 인정해 줘야 하는 이유다. 현역 최고령 투수에 야수 포함 최고령 선수인 LG 류택현(41)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류택현
류택현이 두 경기에만 더 등판하면 조웅천 SK 코치가 갖고 있는 투수 통산 최다 경기 출장기록(813경기)을 경신하게 된다. 1994년 동국대 졸업 후 1차 지명으로 OB(현 두산)에 입단한 류택현은 1999년 LG로 이적한 뒤 2010년까지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약했다.
2009년 프로 최초로 100홀드를 달성했고, 17시즌을 뛰면서 40경기 이상 출장한 것이 10시즌이나 될 정도로 성실하게 선수생활을 했다. 또 103개의 홀드를 기록, 통산 홀드 순위에서도 SK 정우람(117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개미처럼, 꿀벌처럼 묵묵히 달려온 그에게 시련이 찾아온 것은 2010년이었다. 왼쪽 팔꿈치 부상 때문에 시즌을 마친 뒤 방출됐다. 여느 마흔 살 투수처럼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었지만 류택현은 달랐다. 자기 돈을 들여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했고 기약 없는 재활훈련에 돌입했다. 올 시즌 개막 전, LG는 1년 만에 그를 플레잉 코치로 불러들였다.
●올초 플레잉코치로 복귀… 감격 승리
그리고 지난 8일 대구 삼성전, 그에게 기회가 왔다. 0-0으로 팽팽하던 7회 말 2사 2루 상황에 마운드에 섰다. 타석에는 지난 시즌 홈런왕인 4번타자 최형우가 들어섰다. 2010년 7월 18일 같은 자리에 오른 지 630일 만에 1군에서 던지는 공이었다. 초구로 던진 커브에 최형우의 방망이가 나왔다. 자신감을 얻은 류택현은 공 4개 만에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류택현은 8회 말 2사 1루에서 마운드를 물러날 때까지 1이닝 동안 4타자를 상대로 1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LG는 3-2로 이겼고 류택현은 승리투수가 됐다. 2009년 8월 22일 롯데전 이후 무려 960일 만의 승리였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너무 뿌듯해서 혼자 그 기분을 느꼈다. 지난해 개막전을 구리에서 TV로 볼 때만 해도 이런 날을 상상하기 어려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의 812번째 경기였다.
●어제 4경기는 모두 비로 취소
한편 10일 열릴 예정이던 KIA-삼성(광주), 넥센-SK(목동), 한화-두산(청주), LG-롯데(잠실) 네 경기 모두 우천으로 취소됐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2-04-11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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