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전술 비판 인정 안 해”…커지는 정몽규 회장 ‘결정권자’ 책임론

“클린스만, 전술 비판 인정 안 해”…커지는 정몽규 회장 ‘결정권자’ 책임론

서진솔 기자
서진솔 기자
입력 2024-02-15 17:45
수정 2024-02-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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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2일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진행된 축구대표팀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도하 뉴스1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2일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진행된 축구대표팀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도하 뉴스1
“지도자로서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에 규율과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고 국내 체류 기간이 적어 다양한 선수를 직접 발굴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불가능하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절차에 돌입하면서 사령탑 선임을 주도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70억원이 넘는 해임 위약금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황보관 KFA 기술 본부장은 15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의견을 모은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정 회장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이 더 이상 대표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마이클 뮐러 위원장을 비롯해 정재권 한양대 감독,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 등 위원 8명이 참석했다. 지난 10일 미국으로 출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의견을 전했다. 평소 특유의 미소와 차분한 어조로 일관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훈련복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위원들의 말을 경청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회의는 예정보다 2시간 넘게 길어져 오후 3시가 넘어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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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서울 축구회관 로비에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위원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협회에 건의했다. 오장환 기자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서울 축구회관 로비에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위원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협회에 건의했다. 오장환 기자
위원들이 전술적인 부분도 비판했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조별리그에서 상대했던 요르단을 만났으나 전술 부재로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0-2로 허무하게 탈락했다는 것이다. 황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단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고 전술에 대한 비판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손흥민(토트넘) 등 선수 간 불화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황 위원장은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다툼이 있었다. 감독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사실관계는 확인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더 조사해야 한다. 오늘은 감독 거취를 전하는 자리다. 다른 내용은 추가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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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6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에서 0-2로 패하고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알라이얀 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6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에서 0-2로 패하고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알라이얀 뉴스1
이로써 정 회장도 책임론의 한복판에 섰다. 지난해 3월 클린스만 감독 부임 과정부터 정 회장의 의중이 깊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과 미국 대표팀 사령탑을 거치면서 전술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 회장이 주도해 계약을 성사했다.

정 회장은 아시안컵 도중 클린스만 감독과 교감을 나눴으나 선수 간 다툼이 주장 손흥민의 손가락 부상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외신을 통해 알려질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7일 아시안컵을 마치고 귀국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정 회장과 두 차례 만나 커피를 마셨다. 대회 경기에 대한 전반적인 대화를 나누고 보완할 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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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과 위원 8명이 15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홍윤기 기자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과 위원 8명이 15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홍윤기 기자
2011년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 총재를 거쳐 2013년 1월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오른 정 회장은 내년 1월 3번째 임기가 끝난다. 3차례 선거 모두 단독출마 후 당선됐다. 4연임 도전 전망이 지배적인데 감독 경질 요구 여론, 선수단 불화라는 암초를 만나 사퇴 갈림길에 섰다.

위약금도 문제다. 2026년 7월까지 임기가 남은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하면 70억원 이상의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됐다. 황 본부장은 “경질 의견을 축구협회에 보고한 뒤 구체적인 처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력강화위원회는 대표팀 업무에 대해 조언하는 자문 기구라 최종 결정권은 정 회장이 가진다. KFA 관계자는 “위원회 의견을 검토해서 내부 논의 후 최종 결론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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