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어디까지 떨어지나

환율 급락…어디까지 떨어지나

입력 2010-01-11 00:00
수정 2010-01-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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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부터 원·달러 환율 하락세(원화 강세)가 심상치 않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1일 1,110원대로 진입해 사실상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최근 환율 하락은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글로벌 달러 약세, 이에 따른 해외 투자은행(IB) 등 역외세력들의 달러 매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외환당국이 연일 미세조정에 나서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환율 급락을 막는 수준에 그쳐 1,10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그만큼 튼튼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지나치게 가파르게 진행되면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원화강세 요인 산적”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0.70원이나 급락하며 1,119.80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기준으로 1,110원대로 진입한 것은 2008년 9월 17일(1,116.00원) 이후 처음이다. 작년 12월 30일부터 7일 동안 하락 폭은 51.40원에 이른다.

 최근 환율이 거침없이 하락하는 이유는 국내에 달러가 그만큼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은행(IB) 등 역외세력들은 경상수지 호조 등 한국 경기의 낙관적 전망을 근거로 원화 강세에 베팅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고 있다.

 기업은행 김성순 차장은 “올해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수출 주도형 국가, 특히 아시아 신흥국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해 역외 세력들이 아시아 통화를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원화는 다른 아시아 국가 통화와 비교할 때 자본 유출입이 쉽다는 점 등에서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히면서 일부 투기세력까지 가세해 원화를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작년 말 대비 달러화에 대한 원화 절상률은 4.0%로 태국(0.6%),대만(1.1%),싱가포르(0.5%)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보다 훨씬 높고 호주(3.4%) 뉴질랜드(2.1%),영국(-0.3%),유로(0.5%) 등 주요 글로벌 국가도 웃돌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지난주 외국인이 1조 원 이상을 순매수하면서 달러를 공급했으며 국내 조선사들도 잇달아 해외 수주에 성공하면서 달러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원화 강세는 글로벌 달러 향배와 관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 달러화가 약세이든,강세이든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미 경기지표 호조로 글로벌 달러가 엔화 등에 강세를 보이자 역외 참가자들은 도쿄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거래를 하면서 환율을 끌어내렸다.

 미 달러화가 이번에는 미 고용지표 부진으로 약세로 돌아서자 역외의 달러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 “1,100원대 하락 가능성”

 전문가들은 그동안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150원 선이 무너진 만큼 환율이 더 하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분석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1,150원 선이 뚫렸을 때 이미 1,100원대 진입이 예상됐다”고 말했다.

 당국이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과도한 급락을 막는 수준에서 그치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당국은 이날 장 후반 “역외 시장 참가자들의 투기적 달러 매도 거래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며 “이를 바로 잡는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구두 개입과 함께 매수 개입을 단행했으나 종가를 1,119원 선으로 끌어올리는데 그쳤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당국은 지난해 연말부터 미세조정 차원에서 조금씩 개입해 지난주에는 약 30억 달러 넘게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과도한 원화 매수세가 나타나면 개입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은 심리적으로 1,100선을 지키고 싶어할 것 같다”면서 “다만 달러가 추가 하락할 여지가 커 구두개입으로는 한계가 있고,직접적인 물량을 대거 흡수하면 비용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 “경제 체질개선으로 환율급락 이겨내야”

 환율 급락은 회복 중인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내수가 취약한 상황에서 원화 강세는 가격 결정력이 낮은 수출 중소기업의 수익성 등에 악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다만,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원화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만큼 경제 체질개선 등으로 환율 하락의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환율의 흐름을 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현재 환율 하락의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대우증권 이효근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기업들이 과거 900원대 환율도 버텨낸 경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환율 자체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너무 급격한 환율 하락에 대해서는 당국이 속도를 조절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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