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상환부담이 예년보다 크지 않아 과장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현상’에, 경제전문가들은 ‘가능성’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어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가격 하락 등 양대 변수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원금상환 예년 수준”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일시상환대출 112조원, 분할상환대출 148조 1000억원 등 모두 260조 1000억원이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일시상환대출은 44조 7000억원이다. 이는 2008년 44조 3000억원, 지난해 43조 3000억원과 비슷하다.
올해 분할상환이 시작되는 주택담보대출도 22조 3000억원으로 지난해 31조 2000억원의 71.5% 수준이다.
금융위는 “일시상환대출 만기 연장률이 95%를 넘고 있어 원금 상환위험에 직면한 대출은 2조원 수준”이라면서 “분할상환대출도 거치기간을 연장해주는 경우가 많아 원금 상환부담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가계대출 한계점”
전문가들도 올해 상반기 안에 가계 부실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가계 부실화 여부는 빚을 갚을 여력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 사정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금리가 오르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어서 당장 가계 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가계대출이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선 만기나 거치기간을 연장해도 빚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만기 연장률이 높아지면 원금을 갚을 능력이 없어 이자로 때우는 가계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은행권 일시상환대출의 만기 연장률은 2007년 93.2%, 2008년 94.6%, 지난해 상반기 95.5% 등으로 상승했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712조 79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났다. 반면 총처분가능소득은 1043조 1988억원으로 1.5% 증가에 그쳐 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중이 사상 최고인 68.3%까지 상승했다. 가구당 4200만원의 빚을 떠안은 상황에서 빚이 소득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대출 만기를 연장할 때 담보가치 인정비율(LT V)이 낮아져 일정 부분 원금 상환이 생기는 만큼 가계 부실을 부추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출구전략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 김민희기자 shjang@seoul.co.kr
금융당국은 ‘현상’에, 경제전문가들은 ‘가능성’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어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가격 하락 등 양대 변수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원금상환 예년 수준”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일시상환대출 112조원, 분할상환대출 148조 1000억원 등 모두 260조 1000억원이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일시상환대출은 44조 7000억원이다. 이는 2008년 44조 3000억원, 지난해 43조 3000억원과 비슷하다.
올해 분할상환이 시작되는 주택담보대출도 22조 3000억원으로 지난해 31조 2000억원의 71.5% 수준이다.
금융위는 “일시상환대출 만기 연장률이 95%를 넘고 있어 원금 상환위험에 직면한 대출은 2조원 수준”이라면서 “분할상환대출도 거치기간을 연장해주는 경우가 많아 원금 상환부담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가계대출 한계점”
전문가들도 올해 상반기 안에 가계 부실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가계 부실화 여부는 빚을 갚을 여력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 사정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금리가 오르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어서 당장 가계 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가계대출이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선 만기나 거치기간을 연장해도 빚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만기 연장률이 높아지면 원금을 갚을 능력이 없어 이자로 때우는 가계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은행권 일시상환대출의 만기 연장률은 2007년 93.2%, 2008년 94.6%, 지난해 상반기 95.5% 등으로 상승했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712조 79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났다. 반면 총처분가능소득은 1043조 1988억원으로 1.5% 증가에 그쳐 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중이 사상 최고인 68.3%까지 상승했다. 가구당 4200만원의 빚을 떠안은 상황에서 빚이 소득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대출 만기를 연장할 때 담보가치 인정비율(LT V)이 낮아져 일정 부분 원금 상환이 생기는 만큼 가계 부실을 부추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출구전략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 김민희기자 shjang@seoul.co.kr
2010-01-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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