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마다 1개씩 선진기술 농진청, 지역자립 멘토로
농촌진흥청의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이 갈수록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지역사회의 자립을 위해 멘토(조언자)로 나선 지 올해로 두 해째다. 캠페인 이후 달라진 농촌의 모습을 3회에 걸쳐 점검한다.12일 농진청에 따르면 지난해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을 벌인 결과 사업에 참여한 농업인들이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농진청은 지난해 초 사업을 시작하면서 ‘떠나는 농촌’에서 ‘찾아오는 농촌’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휴양 공간 조성을 위한 깨끗한 농촌 만들기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 농산물 만들기 ▲소득 증대 가능성을 높이는 농업인 의식선진화 등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농촌 무력감 탈출 성공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농가 스스로 품은 절망감이었다. 농진청 관계자는 “‘내 자식이 희망없는 농사일을 하는 것은 절대 못 본다.’는 게 농업인의 보편적 정서였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지난해 농업인단체장을 중심으로 농민 5만 4000명에게 256회의 의식선진화 교육을 했다.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큰 돈을 번 지역 농업인의 성공학 강의를 여는 한편 실패 사례도 공유했다. 김재수 농진청장도 틈나는 대로 지역사회를 찾아 특강을 벌였다.
효과는 빨랐다. 박흥규 농진청 지도정책과장은 “교육 때 활발한 토론 모습을 보면서 농민들이 가진 수익창출 아이디어를 조금만 다듬어 주면 농촌이 얼마든지 자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또 기관 내 실무과와 3개의 농촌마을 간 자매결연을 하는 ‘1과 3마을 운동’을 전개했고 이 과정 등에서 접수한 65개의 불필요한 농업·농촌 현장 규제를 풀었다.
사업성공을 위한 ‘땅 고르기’를 마친 농진청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농촌살리기 작업에 돌입했다.
336개 전(全) 시범마을의 특성화가 키워드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농촌진흥사업과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의 개별과제를 연계, 농민의 자립을 돕는다는 복안이다.
●모든 농촌마을의 명품화
1촌(村) 1기(技)사업이 특히 눈에 띈다. 각 농촌 마을에 1개씩의 선진농업기술을 심어 주자는 취지다. 농진청의 각 부처가 도우미로 나선다. 예컨대 오리농법을 전수받고 싶어 하는 마을에는 식량과학원이 멘토가 돼 기술 이전을 지원하는 식이다. 농진청은 이를 통해 각 마을이 고부가가치 농산물생산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을 명품화 사업도 주목받는다. 사양길에 접어든 지역 음식이나 전통문화 중 가능성 있는 아이템을 발굴해 특산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전남 해남군의 세발나물이 대표적이다. 간척지에서 자라는 이 나물은 염분이 함유돼 씹히는 맛이 좋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별미로 통한다. 농진청은 세발나물의 인공재배를 돕기 위해 이 지역에 2억 2000만원을 지원했다. 해남군 문내면 예학리 작목반장인 이영형(54)씨는 “고창 복분자 같은 고수익 특산물 육성은 먼 얘기 같았는데 대규모 재배시설을 갖추니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농업지식 확산을 위한 농업·농촌지적·전통자산 확보 프로젝트 추진 ▲유용 종자 발굴을 위한 토종 종자 기증 캠페인 ▲도시 직장인의 귀농을 돕는 귀농 도우미 두드림 프로젝트 ▲푸른농촌 희망찾기운동 생활수칙을 전파하기 위한 포스터 제작·배부 등의 활동도 병행한다.
또 농촌지도자회와 생활개선회 등 농민단체 중심의 ‘푸른농촌 희망찾기 협의체’를 결성, 추진전략 도움 등을 받기로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0-05-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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