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제 車보험’ 운전자들 왜 외면하나

‘요일제 車보험’ 운전자들 왜 외면하나

입력 2010-06-18 00:00
수정 2010-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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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제 자동차보험이 시행된 지 보름이 지났으나 기계값 부담과 보험사들의 홍보 부재, 판매 채널 부족 등으로 운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1년간 3회까지 지정한 요일에 차를 운행하지 않으면 보험료의 8.7%를 깎아주는 ‘착한 상품’이지만 실제 운전자들의 호응도는 예상보다 낮다. 17일 차량 운행정보확인장치(OBD) 제작업체 오투스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447개의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의 요일제 차량보험 적용대상 차량인 975만 7020대(지난해 10월 기준)를 감안하면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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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선택을 안 하고 있어 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업계에 제공하는 등 시장 여건을 만들 것”이라면서 “일부 중소형사가 다음달부터 타사보다 할인 폭을 더 늘리는 등 시장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5만원가량 되는 OBD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현재 OBD가격은 기계값 4만 5000원에 부가세 10%를 더해 4만 9500원이다.

지난 2월 현재 1인당 평균 자동차보험료는 64만 5000원. 보험기간이 6개월 남은 운전자가 요일제 차량보험에 가입해 요일제 차량 운행을 지킨다면 보험기간이 끝난 뒤 2만 8057원을 받을 수 있다. 1년간 지켜도 5만 6115원으로 기계값에 비해 혜택 폭이 크지 않아 운전자들이 망설일 수밖에 없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미국의 주행거리 연동 자동차보험인 ‘마이레이트’의 OBD 가격은 20~30달러, 우리돈으로 2만~3만원대로 현재의 OBD 가격은 단기적으로는 비싼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생산업체 2곳이 이르면 다음주 초 심사를 마칠 예정”이라면서 “이들이 시장에 들어오면 경쟁을 통해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료에서 8.7%를 깎아주는 요일제를 시행하면 보험사들은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관련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들은 가뜩이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이 안 좋은 상황에서 할인까지 해주고 위험도가 높은 계약자까지 들어올까봐 꺼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홍보 부족으로 제도를 잘못 알고 있거나 OBD를 샀다가 반품하는 경우도 있다. 요일제가 주중에만 적용되는지 모르고 일요일에 지키겠다고 OBD를 구입했다가 되돌리거나, 자신의 차가 적용 대상 모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샀다가 물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OBD업체 관계자는 “주문을 받아 보면 고객들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려면 반드시 요일제 자동차보험에 들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나 서울에서만 적용되는 줄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판매 채널이 너무 한정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마트나 백화점 등 시중에서 OBD를 손쉽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곳뿐인 생산업체에 전화를 하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0-06-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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