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다문화여성대학 운영 고영숙상무
고영숙(47·여) 전북 전주·완주 고산농협 상무는 58명의 ‘친정 엄마’다. 배 아파 난 피붙이는 1명뿐, 나머지는 학교에서 만난 외국인 딸들이다. 그는 1년째 완주군 고산면에서 ‘다문화여성대학’을 운영하고 있다.고영숙 전북 고산농협 상무가 다문화여성대학에서 이주여성들에게 한국 전통예절을 가르치고 있다.
고산농협 제공
고산농협 제공
외국인 며느리가 겪는 어려움은 보통 ‘말’에서 시작한다. 말하기는 잘하는데 듣기가 영 서툰 경우가 많다. 고 상무는 “고부 간 의사 소통이 안 되다 보니 이주여성은 답답해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내 말을 무시한다.’며 서운해한다.”고 말했다. 강좌에서 한국어 교육에 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외국인 여성이 4개월간 매주 한 번씩 수준에 맞춰 언어 교육을 받고 나면 한국어 실력이 크게 오른다. 한국의 문화·예절 등을 함께 배우니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아졌다. 고 상무는 “언어실력이 늘어 자녀 숙제를 도와줄 수 있게 되면서 자신감을 찾고 우울증을 치료한 여성도 꽤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프로그램을 마친 1회 졸업생은 모두 27명. 현재 2회 과정에는 30명의 이주여성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외국인 며느리가 시어머니, 남편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과정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 상무의 마지막 꿈은 역설적이게도 다문화여성대학 과정을 없애는 것이다. 이주여성이 그들만의 울타리 안에 따로 있지 않고 한국 여성들과 한 교실에서 함께 어깨 걸며 호흡하게끔 만들고 싶은 것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0-06-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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