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직무유기

금융당국의 직무유기

입력 2010-07-03 00:00
수정 2010-07-0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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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너무 심하다. 곧 제재조치를 취할 것 같던 일도 유야무야되고, 압력행사를 하지 말아야 할 곳은 집요하게 달려든다. 금융당국의 제재 잣대가 고무줄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25일 정부 당국이 발표한 ‘저축은행 PF 대출 문제에 대한 대책 및 감독강화 방안’이다. 부실 건설업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숫자만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부실 건설업체를 알려주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전근대적인 발상이라고 시장은 지적한다.

●부실 건설업체 명단도 비공식 발표

PF 대출에 대한 책임론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이유이든 금융당국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PF의 부실이 드러난 2006년 말부터 지금까지 드러난 부실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문제보다는 개선 대책에 무게를 두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했다.

더 큰 문제는 KB금융에 대한 감독의 문제다. 금감원은 지난 1~2월부터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발표 시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조만간 검사팀과 제재심의실 간 양정(제재 수위)을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 후 제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그러나 물리적으로 7월 중 제재심의위의 의결을 거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8월에는 휴가로 인해 제재심의위원회가 19일 한 번만 열릴 예정이어서 제재 결과는 빨라도 8월 중순은 지나야 발표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해득실 때문 조직신뢰도 떨어져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13일의 주총에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공식적으로 선임되고 강정원 행장이 사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 행장을 제재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 내정자의 입장에서도 KB 내부에 지지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강 행장을 궁지로 몰 경우 향후 노조와의 관계에도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자신들의 이해득실때문에 조직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금감원 간부들의 향후 거취와 중간 간부들의 어정쩡한 입장 등으로 의심을 사고 있다. 금감원 담당 국장은 “그 어떤 외압도 없이 계속 증거를 찾아 보완하고 있다.”면서 “7월 내에 제재를 하기는 힘들고 제재 시점에 대한 한도를 두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까지 금감원의 판단이 의심을 사게 될 경우 조직 자체가 회오리속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10-07-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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