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에게 묻다] (10) 서태창 현대해상 사장

[금융 CEO에게 묻다] (10) 서태창 현대해상 사장

입력 2010-10-20 00:00
수정 2010-10-2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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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나면 현장에… 긍정적 사고 지녀라”

“직원들 중에 나 무서워하는 놈 하나 없어요.” 서태창(53) 현대해상 사장의 불만 아닌 불만(?)이다. 이유가 있다. 여느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처럼 말로만 현장경영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반나절이라도 시간만 나면 현장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필요한 조치라면 바로 취해주는 행동과 배려를 앞세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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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창 현대해상 사장
서태창 현대해상 사장


여느 때처럼 현장을 둘러보던 서 사장은 한 여직원이 팔에 깁스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넘어졌느냐고 물으니 컴퓨터를 많이 하다 인대가 늘어났다고 해요. 얼마나 마음이 아파요.” 얼마 뒤 다른 직원이 실리콘으로 된 손목 보호대를 쓰면서 편하고 좋다고 하자 그는 일본 법인에까지 연락해 해당 제품 2000만원어치를 보내라고 주문했다. 뜻밖에 ‘사장님의 선물’을 받아든 직원들의 감사 인사가 서 사장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와 메신저 쪽지로 쇄도했다. “인대가 늘어날 정도로 일을 하는 직원이 있다니, 내가 아무리 뛰어다닌다고 해도 걔보다는 덜 노력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인데 직원들이 그렇게 좋아하니 마음이 푸근해지더군요.”

발품경영으로 ‘2위경쟁’ 탈출車보험

이런 현장경영은 업무 능률까지 끌어올렸다. 어느 지점에서 한 여직원이 사비를 들여 모니터 두 대로 고객들의 보험 계약 조회를 하고 있는 것을 본 그는 본사 직원들에게 바로 검토를 지시했다. 실제로 모니터 두 대로 업무를 본 결과 40초가 걸리던 모니터링이 17초로 대폭 줄었다. “본인 돈 들여 그렇게 능률을 내주니 얼마나 고마워요. 이렇게 직접 나가 내 눈으로 안 보면 누가 얘기해 줍니까. 현장 경영이란 게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런 ‘발품 경영’은 현대해상을 손보사간의 오랜 2위 경쟁에서도 탈출시켰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의 당기순이익(1844억원)을 기록했다. 서 사장은 “몇년 전까지 14%대의 시장점유율에서 경쟁하던 회사들에 비해 16%(2009 회계연도 원수보험료 기준)로 격차를 벌렸다.”면서 “신채널을 적극적으로 늘려 1위와의 차이도 줄이면서 외형과 내실의 균형 성장을 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車보험료 담합? 말도 안되죠

하지만 대외적인 환경은 녹록지 않다. 최근 손보업계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둘러싸고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를 육박하며 2005년 12월(92.6%)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수준에 이르렀다. 서 사장은 손해율 증가에 대해 “차량 운행 증가로 교통사고가 늘고 물적사고 할증금액 기준 완화로 보험금 청구건수가 많아지면서 교통안전 의식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동차보험이 공공요금으로 이해되고 있어 보험료 조정이 쉽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동차 보험료 담합 조사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지난달 보험료 조정은 적자 상황에서도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최소한의 인상 요인만 반영한 겁니다. 정비수가를 일제히 올리면서 같은 시기에 비슷한 폭으로 올라간 거고 요율은 기업의 가격 경쟁 노하우인데 어떻게 담합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자동차보험의 적자에 더해 장기보장성 보험 역시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있어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서 사장은 15년으로 제한된 손보업계의 장기보험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게 다른 업권과 자율 경쟁할 수 있는 우선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반 보험에서도 아직은 개척할 분야가 많다고 자신했다. “최근 해운대 주상복합건물 화재 사건에서도 보듯 건물 전체는 화재보험에 들었지만 개별 가정이나 일반 가게들은 많이 가입하지 않은 상태라 이런 부분도 파고들도록 노력해야죠.” 기후 관련 보험의 활성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보험업계 최초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한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참여하고 유엔 산하 환경단체인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EI)에 가입, 기후변동과 재해 발생에 대비한 상품 개발, 위험관리 방안을 연구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기후보험등 새수익원 개발 주력

해외 진출은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 법인은 흑자로 돌아섰고 중국은 90% 이상이 현지인일 정도로 영업망이 뿌리를 잘 뻗어내렸다.

서 사장은 “만만치 않은 일본 시장도 교포를 상대로 판매하다 20년간 고생하며 개척한 만큼 중국도 현지 특성을 고려해 손해율 관리에 중점을 두고 우량 고객 위주로 영업하는 등 경쟁력 있는 판매 노하우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직원들과 소탈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는 서 사장은 늘 직원들에게 두 가지를 강조한다. “모든 걸 긍정적으로 하라는 것과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라는 겁니다. 마음을 긍정적으로 하면 안 될 게 없는데 삐딱하게 생각하면 될 것도 안 되죠. 저도 일해 보니 그게 직장생활의 가장 큰 무기더군요.”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서태창 사장은

▲1957년 대구 출생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1979년 현대건설 입사 ▲1992년 현대해상 경리부장 ▲1999년 현대해상 재경담당 상무 ▲2005년 현대해상 기업보험총괄 전무 ▲2007년 현대해상 대표이사 부사장 ▲2008년 현대해상 대표이사 사장
2010-10-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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