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신한’ 잇단 경고…은행 군기잡기?

금융당국, ‘신한’ 잇단 경고…은행 군기잡기?

입력 2011-03-04 00:00
수정 2011-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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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신한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신한금융지주를 본보기 삼아 ‘은행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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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3일 신한금융에 대해 “조직과 인사에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신한금융은) 국민에게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달라지는 모습이 없다면 신한금융의 미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 조찬간담회를 가진 뒤 신한금융 이사회가 라응찬 전 회장에게 스톡옵션 행사를 일부 허용한 것과 관련,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라 전 회장과 이사회를 다 포함한 문제”라면서 “이사회가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최근 라 전 회장에게 2005~2007년 스톡옵션 부여분(30만 7000주)의 행사 권한을 허용했다.

 물론 신한금융에 대한 ‘옐로카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1일 김 위원장은 신한금융 회장을 둘러싼 내부 파벌경쟁이 5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놓고 “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며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하지만 이날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같은 날 동시에 신한금융을 질타한 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우선 금융당국이 신한금융의 새 경영진을 마뜩지 않게 바라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신한금융 회장 선출 결과에 대해 금융당국은 공식 언급을 피했지만 한 관계자는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평가했다. 신한금융을 시범 케이스로 느슨해진 은행권 전체의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최근 신한사태에 대해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견제받을 일이 없다고 다른 금융회사들이 착각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때문에 금융당국의 경고 메시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금융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의 경우 스톡옵션을 모두 취소당한 점에 비춰 라 전 회장의 스톡옵션을 용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저축은행 구조조정, 전세난 등 난제를 안고 있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은행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독주하는 신한금융에 경고를 보내 은행의 공익성을 환기시킨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라 전 회장이 자진해서 반납하는 방안은 이미 물 건너갔다. 금융당국의 지적 이후에야 신한금융은 라 전 회장이 지난달 말 2005~2006년 스톡옵션 부여분에 대한 권한을 행사해 세후 기준으로 20억원의 차익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홍지민·홍희경기자 icarus@seoul.co.kr
2011-03-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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